신군부의 5·18 광주민주화운동 무력 진압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보상금과 별개로 정신적 피해 배상(위자료)을 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재차 나왔다. 당시 별다른 이유 없이 무차별 총격을 당한 일가족, 출근하다가 영문도 모르고 내란범 누명을 썼던 이들이 44년 만에 위자료를 인정받게 됐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 김창모)는 A씨 등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피해자 1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0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는 원고 1인당 290만~2억8,250만 원씩 총 10억38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앞서 광주민주화운동보상법 대상자로 선정된 이들은 지난해 "국가의 불법 행위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추가 소송을 제기했다. "5∙18 보상을 받으면 '재판상 화해'가 이뤄진 것으로 보아 정신적 손해배상까지 청구할 수 없도록 한 조항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2021년 결정이 근거였다.
1980년 6월 대학생이었던 A씨 등 5명은 "전두환 신군부를 규탄하는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체포돼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며 법원을 찾았다. 이 중 넷은 계엄포고 위반 혐의로 군법회의에 넘겨져 징역형을 선고받고, 일부는 고문 후유증으로 장해까지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민주화운동에 참여하지 않았는데 시민군으로 몰려 옥살이를 한 직장인도 소송에 동참했다. 1980년 5월 19일 21세였던 B씨는 오토바이를 타고 일을 하러 가던 중 군인들에게 체포됐다. 그는 내란실행죄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이 과정에서 고문을 당해 심각한 부상을 입고 같은 해 12월 석방됐다.
다른 8명은 1980년 5월 22일 계엄군의 총탄세례를 받은 C씨와 그의 가족이다. 당시 C씨는 운수업을 하는 아버지를 찾으러 모친과 함께 광주에 갔다가 귀가하던 중, 봉쇄된 도로 검문소를 통과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가 별안간 총격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에서 정부 측은 "5∙18 보상금에 이미 정신적 피해에 상응하는 금액이 포함됐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물리쳤다. 재판부는 "보상법엔 심의위원회가 정신적 손해를 고려해 산정할 수 있다는 내용도 없으므로, 이를 위자료에서 공제할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군부에 의해 헌정질서 파괴범죄가 자행되는 과정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총격을 가하고 적법절차를 지키지 않은 채 체포∙구금∙폭행을 한 것은 공권력을 남용한 직무상 불법행위"라면서 "국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