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대구지법 앞에서 문신 시술 무죄를 촉구하던 문신사(타투이스트)들이 들고 있던 손팻말에 적힌 외침이다. 눈썹 숱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중년 이후 남녀 중 눈썹 문신을 하는 사람은 꽤나 많지만, 그중 누구도 그 문신을 의사에게서 받았다는 사람은 없다.
실제 눈썹 문신 시술자는 절대다수가 문신사들이다. 그럼에도 문신을 의료행위로 보는 대법원 판례상, 눈썹이든 어디든 의사가 아닌 이가 문신을 새기면 현행법 위반이다.
다수 국민을 '야매(무면허의 속칭) 시술'의 공범으로 만드는 '문신의 의료행위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시작됐다. 최근 법원 하급심에서 문신사의 시술 관련 판결이 유·무죄로 완전히 엇갈렸고, 이런 혼란을 정리할 대법원 전원합의체(대법원장 포함 대법관 13명으로 구성된 재판부)의 심리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대구지법은 14일 문신 시술을 한 혐의로 기소된 A(24)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국민참여재판(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배심원 재판)으로 진행된 이번 사건에서 배심원 7명 중 4명도 '유죄' 의견을 냈고, 재판부도 배심원 평결을 존중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 재판에서 A씨는 "문신은 질병 치료 등 실질적 의료 행위와는 별개"라며 "문신을 새기러 병원에 가는 일이 없는 만큼, (의료행위가 아닌) 독립적인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공중위생관리법에서 문신을 의료행위로 보고, 다른 문신사도 처벌을 받고 있다"고 맞섰다.
그러나 앞선 법원 판결에선 무죄가 나온 적도 있다. 지난해 12월 부산지법 동부지원은 2021년 1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건당 6만~10만 원을 받고 눈썹 문신을 시술했다가 기소된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불법으로 보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며 "눈썹 문신은 미용 목적인데 이를 불법화하면 음지로 숨어들 우려가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같은 해 8월 청주지법도 눈썹 문신 시술을 한 C씨에게 "비의료인이 한다고 해서 보건위생상 위해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에 대구지법에서 유죄가 나온 것을 두고는 국민참여재판의 특성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법무법인 예율 최용문 변호사는 "예외도 있지만 통상 국민참여재판에서는 재판부가 배심원 판단에 맞춰 법리를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며 "상급심으로 가면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형사 전문 변호사도 "국민참여재판 특성상 배심원 의견을 주로 참고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급심이 오락가락하는 중이라, 결국 논란은 대법원에서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1992년 문신 시술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판단한 적이 있는데, 아직까지는 이 판례가 유효한 상황이다.
다만 대법원이 '두피 문신' 사건을 두고 현재 전원합의체 심리를 진행 중이라는 점이 변수다. 전원합의체는 소부에서 재판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거나 기존 판례를 바꿀 필요가 있는 경우 소집되는데, 이번에 대법원이 판례를 뒤엎고 문신을 의료행위가 아닌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는 얘기다.
이번에 전원합의체에서 무죄 취지 판결이 나온다면, 하급심의 문신사 기소 사건이 무죄로 정리되는 등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 변호사는 "(전원합의체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하급심에서 기존 법리와 다른 판결이 누적되는 경우, 대법원도 이런 분위기를 무시하진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신의 유일한 '합법 시술자'인 의사들은 여전히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에 대해 부정적이다. 대한피부과학회와 대한피부과의사회는 16일 성명에서 "미자격자의 반영구화장 등 문신 허용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문신에 사용하는 염료에 발암물질이 검출된 적이 있는 만큼 안전성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서 일하는 문신업계 종사자는 약 35만 명, 문신을 새겨본 경험이 있는 이용자는 1,300만 명으로 추산된다. 고용노동부는 2015년 문신사를 '미래 유망직종'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3월 '문신사 자격시험 및 보수교육 체계 개발과 관리방안 마련 연구 용역'을 발주하고, 결과를 토대로 추후 정책 수립에 활용할 계획이다.
문신사 단체들은 대법원의 무죄 판결을 기대하는 한편, 차기 국회에서 관련 법안 통과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이순재 대한문신사중앙회 교육위원장은 "문신은 문신사가 하는 것이 맞다"며 "문신사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통과되도록 힘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