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여신 27개월 만에 최저... 올해 지나 '반등' 가능할까

입력
2024.05.19 17:00
수신잔액도 2년 내 가장 낮은 수준
올해 손실 전망만 2.2조 원 규모
"이 시기 지나면 이익 가능할 것"

고금리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사태까지 맞이해 힘든 시기를 맞고 있는 저축은행이 몸집을 최대한 줄이는 방식으로 상황을 타개해 나가고 있다. 올해를 저점으로 내년부터는 다시 상황이 나아질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19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상호저축은행 여신 잔액은 101조3,777억 원으로 전달(102조3,301억 원)보다 1%가량 줄었다. 지난해 1월 이후 14개월 연속 감소세이며, 2021년 12월(100조5,883억 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수신 잔액도 3월 말 기준 103조7,449억 원으로 최저 수준이다. 2021년 12월 이후 2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잔액을 기록했던 올해 2월(103조7,266억 원)보다 소폭 늘었지만 여전히 2년 내 가장 낮은 수준이다. 고금리 예적금 유치 경쟁이 치열했던 2022년 하반기 정점을 찍은 수신 잔액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격히 줄었다.

저축은행이 여·수신 양쪽에서 급격한 '다이어트'를 진행하는 이유는 지난해 업계가 9년 만에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영업 환경이 좋지 않았던 데다 부동산 PF 부실화 타격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았기 때문이다. 2022년 말 고금리 예금 유치 경쟁의 결과로 지난해 저축은행 이자비용만 전년 대비 83.4% 급증한 5조3,508억 원을 기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말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 연체율은 6.6%로 전년 대비 3.1%포인트 올랐고, 고정이하여신비율은 7.7%에 달해 같은 기간 3.6%포인트 치솟았다. 저축은행 입장에선 이자비용을 부담할 여력도, 중저신용자 대상으로 새로운 대출을 내줄 여유도 없는 셈이다.

금융당국이 충당금 적립 기준 강화를 요구하면서 지난해 쌓은 대손충당금 규모는 3조8,731억 원에 달한다. 최근 금융당국이 사업성이 좋지 않은 PF 사업장에 대해 충당금 두 배 이상 적립 또는 경·공매 진행을 택하게 하면서 저축은행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저축은행의 올해 추가 충당금 규모를 1조~3조3,000억 원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PF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는 하반기를 잘 견뎌내면 내년부터 저축은행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부동산 PF 연착륙 대책 브리핑에서 "(저축은행 업권은) 자본비율이 높고 충당금도 상당히 적립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번 조치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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