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후분양 아파트 '엇갈린 성적표'

입력
2024.05.21 11:00
범어 아이파크 '두 자릿수' 청약률
반고개역 푸르지오,힐스테이트 황금역리저브 '미달'
예정된 후분양 단지, 분양시기 저울질

미분양 무덤 대구지역에서 올해 입주를 앞둔 아파트의 후분양이 엇갈린 성적표를 내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미분양이 쌓여 있는 대구지역에서 지난 2월 올들어 처음으로 후분양한 반고개역 푸리지오는 1순위 청약에서 239세대 모집에 단 8건이 접수됐다. 대구 서구에서 분양한 이 아파트는 인근 중구 신축 아파트 시세보다 분양가가 높아 '분양 참패'가 예상됐다. 반고개역 푸르지오는 현재 10%나 최대 1억 원까지 할인을 적용해 재분양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이 이달 수성구 황금동 일대에서 후분양한 힐스테이트 황금역 리저브는 1순위 청약 결과 미달됐다. 이 아파트는 타입(82㎡)이 애매하고 1, 2단지가 도로를 가운데 두고 나뉘어져 있는데다 분양가도 인근 아파트보다 2억 원 정도 높은 수준이었다. 힐스테이트 황금역 리저브는 저조한 청약률 탓에 당첨자 발표에 이은 계약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에 반해 지난 3월 말 분양한 범어아이파크는 10억 원대의 고분양가에도 대구지역에서 2년여 만에 두자릿수 청약률을 기록했다.

올해 준공예정인 대구의 다른 후분양 단지들도 쉽사리 청약 시기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공사가 끝난 상인푸르지오센터파크는 그동안 수차례 분양을 연기했는데, 원하는 분양가와 청약 일정을 잡기 힘들어 분양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옛 동부정류장 후적지에 당초 11월 준공 예정인 신천동 동류정류장 데시앙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진행으로 분양 및 준공시기가 더 늦어질 전망이다.

올해 안 준공 예정인 수성못 화성파크드림(108세대)은 현재 27층까지 거의 완공된 상태로, 화성개발이 '더 파크 수성못'이란 새로운 브랜드로 후분양을 앞두고 있고, 동부건설이 공급하는 두류센트레빌더파크(433세대)는 외부 공사가 끝난 가운데 대구시청사 이전과 맞물려 분양시기를 계획보다 늦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가운데 대구 칠곡지역에서는 두산위브더제니스 센트럴시티가 이달 중 지상 29층 1,098세대 규모로 선분양할 예정이어서 실수요자들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구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고분양가 후분양 단지들이 청약률을 높이기 위한 화려한 이벤트와 마케팅을 하고 있지만 좋은 입지에 걸맞는 분양가를 찾는 실수요자들의 발길을 잡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 예정된 후분양 단지는 실수요자들의 선별적 선택을 받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한편 대구지역 미분양 아파트는 3월 말 현재 9,814세대고, 악성 매물인 준공후 미분양은 1,181세대에 이르고 있다.

정인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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