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회장 등 한진그룹 일가에게 세무당국이 편법 증여로 판단해 부과한 140억 원대 세금 중 일부를 취소하라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1-2부(부장 김종호 이승한 심준보)는 조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한진 사장, 이들의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서울국세청을 상대로 낸 증여세 등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17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증여세와 종합소득세 140억 원 중 23억5,000만 원을 취소하라고 명령했다.
서울국세청은 2018년 당시 조양호 회장(2019년 사망)이 항공산업 관련 물품 공급을 중개하는 개인 사업체를 설립하고, 가족들을 공동 사업자로 등록해 수익금을 지급하는 등 편법으로 증여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조 회장 등은 "일가가 실질적 사업자였는데, 조양호 회장만 실질적 사업자로 보고 증여세를 부여한 처분은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국세청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사업체의 이익이 망인(조양호 회장)에게서 원고들에게 이전된 것은 처음부터 조세 회피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면서 "원고들이 업체들의 사업 내용을 모르고 있었고, 사실상 사업에 관여한 바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증여세와 종합소득세를 부과한 것은 적법하지만, 부정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높은 가산세율을 적용하고 과세 가능 기간을 늘린 것이 옳지 않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적극적 은닉행위를 해 종합소득세와 증여세의 부과 및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중개업체들로부터 발생한 수익을 배당 받게 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확보한 것은 맞더라도, 허위 거래 등 적극적 행위를 하지는 않았다는 취지였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조 회장에 대한 종합소득세 부과제척기간은 10년이 아닌 5년이 돼야 하고, 원고들에게도 더 낮은 가산세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부과제척은 국가가 일정 기간 동안 과세하지 않으면 부과할 수 없도록 규정한 기간이다. 이어 "이 사건 처분의 정당 세액을 초과하는 부분 또는 취소해야 할 세액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고 결론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