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나 ‘양국 수교 75주년 신시대 전면적 전략 협조 동반자 관계를 심화하는 것에 관한 공동성명’을 16일 발표했다. 양 정상은 “미국과 동맹국이 군사 영역에서 북한을 위협하고 무장 충돌 도발로 한반도 긴장을 격화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북한에 대한) 위협·제재·탄압 수단을 버릴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사실상 한미연합훈련에 반대하고, 대북 제재도 무력화시키겠다는 이야기와 다름없다.
그러나 지금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건 한미가 아닌 북한이다. 지난해 19차례나 탄도미사일을 쏜 북한은 올해도 극초음속 고체연료 미사일 발사 등 도발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17일에도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동생 김여정은 ‘주적, 전쟁, 초토화’란 말폭탄도 쏟아냈다. 그럼에도 중러가 자구책 성격이 강한 한미연합훈련을 비판하고 북한을 감싸고 두둔한 건 도둑을 편드는 격이 아닐 수 없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안보리 대북 제재 이행에 앞장서야 할 양국이 이를 스스로 부정하고 나선 것도 어불성설이고 모순이다.
중러의 행보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다시 역사의 변곡점에 섰다는 걸 보여준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후 미국 등 서방의 제재를 중국과의 공동전선으로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반도체 제재와 관세 폭탄 등 미국의 전방위 압박에 직면한 중국도 러시아가 아쉬울 수밖에 없다. 북한은 이러한 중러와 협력을 강화해 핵 미사일 고도화에 속도를 낼 참이다. 북중러 협력이 공고해지면서 더 이상 유엔을 통한 제재로는 북핵 개발을 막을 수 없게 됐다. 이미 외교가와 미 상원 일각에선 핵무장론, 핵공유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와 외교적 노력을 포기해선 안 되지만 한편으론 최악을 대비한 준비도 필요하다. 한미 동맹 강화로 실효성을 갖춘 대비책이 강구돼야 국민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다. 물론 한중 협력도 경시해선 안 된다. 어떤 상황에도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치밀하면서도 유연한 외교 전략을 다듬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