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출범이 임박했다. 의원들의 상임위 배정이 마무리 단계다. 입법부의 권한이 상대적으로 강해지는 시점이라 국회 개원은 주목 대상이다. 21대에 이어 22대 국회의 가장 큰 특징은 여소야대다. 야당의 파워는 개원도 하기 전에 천막농성부터 시작하는 초선그룹과 제3당인 조국혁신당의 강경 목소리가 어우러져 기세등등하다.
모든 상임위에서 야당의 공세가 예상되지만 대통령의 외치(外治) 영역인 통일외교안보를 관할하는 외교통일위원회와 국방위원회에서 격전이 예상된다. 재선되거나 초선인 강경파 야당 의원들의 거센 대정부 정책 비판은 예고편이 심상치 않다. 향후 각료들이 정책을 추진하는 데 다양한 어려움은 불문가지다. 다양한 안건이 곳곳에 매복된 지뢰밭 형국이다.
국회 국방위는 채 상병 특검 논란이 핵심 쟁점이다. 사건에 대한 군 내부의 분위기는 계급별로 어수선하고 상관 명령을 건건이 녹음한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도 무성하다. 상명하복의 군 기강 해이 등으로 각종 부작용이 스멀스멀 퍼지고 있다. 이종섭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논란은 국방이 외교와 접목된 미묘한 주제다.
외교통일위원회는 다양한 사안이 복잡하게 맞물려 있다. 조국혁신당 대표는 독도를 방문해 우리 영토라고 죽창가를 부르고 있다. 야당 대표는 병상에서도 일본이 네이버 라인 침탈을 시도하고 있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이라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올리며 입원 정치에 주력했다. 총선 기간에는 한일 과거사 해결 과정에서 일본의 호응 유도 미흡으로 기초가 약한데 증축에 주력한다는 지적도 했다. 또한 "윤석열 정부 들어 냉전 시기로 회귀했다"며 "대만해협이 어떻게 되든 무슨 상관인가, ‘셰셰’ 하면 되는 것"이라는 비외교적인 입장도 표명했다. 유권자에 대한 선전 선동인지 진짜 그렇게 생각하는지 속내가 궁금하다.
조국혁신당은 엑스포 표결 직전 12개 공관 신설 의혹을 제기하며 국정조사를 예고했다. 야당은 남북 관계 경색에 따른 대북정책의 수정을 공개적으로 요구한다. 한·미·일 협력 강화에 따른 한중 관계 개선 미흡 등 가치 외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자는 윤 정부가 한·미·일 밀착에 따른 '반작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한중, 한러 및 남북 관계가 최악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대선을 겨냥한 하반기 북한의 도발 강화에 따른 정부의 대응에 대한 논란도 예상된다.
향후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대한 야당의 공세 가능성으로 순방 및 정상외교는 불가피하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22대 국회 외통위, 국방위 소속 여야 의원들 간 전문성과 전투력의 불균형 심화로 상임위 운영은 야당이 주도권을 장악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의 당선자 수가 절대적으로 적은 상태에서 투쟁을 강조하며 당선된 야당 의원들의 공세는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동북아 외교·안보 현안은 다층적이고 복잡하다. 대만해협 긴장에 대한 야당의 입장은 일차방정식이다. 중국에는 성(城)안에 불이 나면 성 밖 연못의 물고기가 위태롭다는 의미의 앙급지어(殃及池魚)라는 속담이 있다. 특정 지역에 문제가 생기면 인접 지역 역시 사태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특히 동북아는 주변국의 군사력이 밀접한 지역이다. 대만해협의 긴장은 주한미군의 이동과 북한군의 도발 등으로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북·중·러의 반미 연대가 강화되는 시점에 한일 관계의 악화는 득보다 실이 크다.
11월 미국 대선의 향배는 한국 외교에 상당한 도전과 과제가 제기될 것이나 대책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6월 이후 예상되는 블라디미르 푸틴의 평양 방문, 북중 정상회담 개최 등 북·중·러 밀착에 대응하는 한국 외교의 대응은 여야의 초당적 대처가 필요한 사안이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내정(內政)이 불안하면 외치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국수주의적 감성만으로 국익을 극대화할 수는 없다. 냉철한 판단으로 국제정치를 조망하는 국민들의 판단이 중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