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재세' 논란 일던 시중은행, 이익 24% 급감…"ELS 배상금 여파"

입력
2024.05.17 11:22
일회성 비용, H지수 회복세
배상 규모 줄면 다시 실적 회복


경기 침체 속에서도 막대한 이자 수익을 거두면서 횡재세 부과 얘기까지 나왔던 국내 은행의 실적이 고꾸라졌다. 1조 원 이상의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관련 주가연계증권(ELS) 배상금 여파다. 다만 이 비용은 일회성일 뿐인 데다 최근 H지수도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은행들이 다시 실적을 회복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은행 당기순이익은 5조3,000억 원이다. 전년 동기(7조 원) 대비 24%(1조7,000억 원)나 감소했다.

국내 은행들의 순이익이 급감한 이유는 ELS 관련 배상금에 1조8,000억 원을 충당 부채(영업 외 손실)로 실적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영업 외 손익은 2조2,000억 원 손실을 기록했다. 작년 1분기(5,000억 원 흑자)보다 2조7,000억 원 악화했다.

이익률도 줄었다. 1분기 국내 은행의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57%로 전년 동기(0.79%) 대비 0.22%포인트 하락했다. 자기자본순이익률(ROE) 역시 같은 기간 3.26%포인트 떨어진 7.79%를 기록했다.

은행들의 이자이익은 14조9,000억 원으로 작년 1분기 대비 2,000억 원(1.6%) 증가했다. 반면 비이자이익은 같은 기간 4000억 원(19.3%) 감소한 1조7,000억 원을 기록했다. 금감원은 시장금리가 올라 이자 수익이 늘었으나 그만큼 유가증권 관련 이익이 감소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손실에 대비한 대손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34.6% 감소한 1조1,000억 원이다. 지난해 경기 불확실성에 대비해 충당금을 대대적으로 확대한 데 따른 기저효과다.

은행들은 최근 중국 정부가 증시 부양책을 대대적으로 발표하면서 H지수가 상승하자 ELS 관련 배상 비용이 줄어들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다. 16일 기준 H지수는 6,871.38로, 연중 최저치였던 1월 22일(5001.95) 대비 37%가량 올랐다. 지수가 6,500을 넘어서자 투자자 중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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