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고법이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에서 각하 및 기각 결정을 내리자, 인용 결정을 기대했던 의사 사회는 실망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번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던 의대 교수, 전공의 등은 즉각 법원 결정에 불복해 재항고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내년도 의대 신입생 증원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의사들이 집단행동 수위를 한층 끌어올릴 조짐도 보인다. 의대 교수들은 일주일 휴진을 예고한 상황이고, 전공의들은 수련병원 복귀 거부 대오를 더욱 강화하는 분위기다.
의사 측 대리를 맡은 이병철 법무법인 찬종 변호사는 이날 법원 결정 직후 "재항고 절차를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며 "정부 행정처분에 대한 최종 심사권을 가지는 대법원이 재항고 사건을 이달 31일 이전에 심리·확정해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의대 모집인원을 포함한 올해 대학별 입시전형 계획이 이달 말 확정 공시되기 전에 대법원 인용 결정을 기대한다는 의미이지만, 통상 재항고 절차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이달 내 결론이 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법원이 정부 손을 들어줬지만 의사들은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전날 임시총회를 열고 "각하나 기각이 될 경우를 대비해 '근무시간 재조정’을 심도 있게 상의했다"며 추가적인 휴진이나 진료시간 단축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단체는 이달 3일 "정부가 의대 증원을 확정한다면 일주일간 휴진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재판부에 대한 비난도 이어졌다. 정진행 전 서울대 의대 비대위원장은 "의료 현실을 모르는 법조계가 의료계를 무너뜨리는 데 일조했다"며 "회의록조차 없는 졸속 추진을 사법부가 제동 걸지 않은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바이탈과 전문의 멸종 선언"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의사계는 전공의 집단 이탈로 조성된 의료공백 상황을 무기화하는 분위기다. 특히 대형병원에서 중증·응급 환자를 책임지고 있는 의대 교수들이 예고대로 장기 휴진을 감행할 경우 비상의료체계 유지에 어려움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라는 공통 목표를 내세워 의사들이 개원의까지 망라한 총파업에 돌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개원의를 주축으로 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일단 "총파업은 전체 회원 투표를 통해 결정할 일"이라는 입장이다.
1만 명에 달하는 수련병원 이탈 전공의들은 법원 결정으로 복귀 가능성이 더욱 낮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탈 3개월을 맞는 이달 20일까지 병원으로 돌아와야 내년 초 치러질 전문의 시험 자격을 유지할 수 있지만, 집단행동 철회 여부를 논의할 만한 구심점조차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전공의들의 복귀를 재차 촉구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대국민 담화에서 "어떤 의사도 병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환자의 곁을 떠나는 것은 합리화될 수 없다"며 "전공의는 필수의료를 담당할 대한민국의 큰 자산이니 빨리 복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