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패드 해킹 40만 가구 사생활 엿본 해킹범, 징역 4년 받자 검찰 항소

입력
2024.05.16 20:00
전국 638개 아파트 단지 해킹 불법 촬영
검찰 5년 구형… 1심 법원 징역 4년 선고

전국 638개 아파트 단지, 40만 가구가 넘는 아파트에 설치된 ‘월패드(홈 네트워크 기기)’를 해킹해 집안 내부를 엿본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이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자 검찰이 항소했다. 월패드는 아파트 주거지 내 벽면에 부착돼 방범·방재·조명제어를 수행하는 태블릿형 기기로 카메라가 장착돼 있다.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 형사1부(부장 유정현)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A(41)씨에 대해 항소장을 제출했다고 16일 밝혔다. 앞서 남양주지원 형사1부(부장 안복열)는 지난 9일 A씨에게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5년 간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기관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앞서 검찰은 징역 5년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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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2021년 8월부터 같은 해 11월까지 전국 638개 아파트단지, 40여만 가구에 설치된 월패드를 해킹해 동영상 200여 개와 사진 40만 장을 몰래 촬영하고 일부를 해외 사이트에 게시해 판매하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민감한 신체 부위가 촬영된 영상도 있어 성폭력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도 더해졌다.

A씨는 각 아파트 월패드 중앙서버와 각 세대 월패드를 차례로 해킹해 권한을 얻는 방법으로 집안 내부를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그는 정보기술(IT) 보안전문가로 일부 언론에 나와 월패드 해킹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나 공분을 샀다. A씨는 수사기관 추적을 피하기 위해 식당 등 다중이용시설에 설치된 무선공유기를 해킹해 범죄에 악용했으며 실명인증이 필요 없는 해외 보안 이메일 등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피고인이 범행을 일부 부인하고 다수 아파트 내 설치된 월패드를 해킹하는 방법으로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해 범죄가 중대하다”며 “피고인 범행으로 인한 피해 회복도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죄책에 상응하는 형의 선고를 구하기 위해 항소했다”고 밝혔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월패드의 보안 취약성을 공론화하려고 했고 영리 목적도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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