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조석래 전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형제간 우애'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진 유언장 내용이 유출된 것을 두고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장남 조현준 회장과 삼남 조현상 부회장을 겨냥해 "형제들 행위는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라며 발끈했다. 또 자신이 형사 재판의 피고인이 됐는데도 형(조 회장) 측이 고소를 취하하지 않고 부친의 빈소 상주 명단에서 뺐던 일도 조목조목 따졌다.
조 전 부사장은 16일 법률 대리인단을 통해 낸 입장문에서 "최근 유언장을 입수해 필요한 법률적 검토 및 확인 중에 있다"면서도 "유언장의 입수, 형식, 내용 등 여러 측면에서 불분명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앞으로 진행될 상속 재산 분할이나 법정 다툼에서 조 회장 측이 유리한 여건을 만들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닌지 따져봐야겠다는 뜻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는 "상당한 확인 및 검토가 필요한 바 현재로서는 어떠한 입장도 밝히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조 전 부사장은 "다만 선친께서 형제간 우애를 강조했음에도 아직까지 고발을 취하하지 않은 채 형사 재판에서 부당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조 회장 측을 겨냥했다. 앞서 그는 2014년 6월 형 조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조 회장 측도 2017년 3월 조 전 부사장을 공갈미수 혐의로 검찰에 고소, 조 전 부사장이 강요미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검찰은 조 회장 측 항고를 받아들여 공갈미수 혐의도 재수사하고 있다. 3월 2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동생 조현상 부회장은 조 전 부사장의 혐의와 관련해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은 모두 사실"이란 취지로 진술해 조 전 부사장 측과 대립했다.
이어 조 전 부사장은 "지난 장례에서 상주로 아버님을 보내드리지 못하게 내쫓은 형제들의 행위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라고 강조했다. '효성 형제의 난'을 일으켰던 조 전 부사장은 3월 30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부친의 빈소를 찾았다가 5분여 만에 자리를 떴다. 상주가 아닌 조문객 신분이었다.
앞서 고인은 지난해 변호사가 있는 자리에서 유언장을 작성, "부모·형제 인연은 천륜"이라며 "어떤 일이 있더라도 형제간 우애를 반드시 지켜달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언장에는 조 전 부사장에게도 주요 계열사 주식 등으로 유류분(법정 상속비율)을 웃도는 재산을 물려주도록 한 상속 재산 분할 비율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의 이날 입장 발표에 따라 유류분 청구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남아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 명예회장이 보유한 효성그룹 계열사 지분은 ㈜효성 10.14%, 효성중공업 10.55%, 효성첨단소재 10.32%, 효성티앤씨 9.09% 등이다. 이에 따라 조 전 부사장이 유류분 청구 소송을 내 승소하더라도 경영권과는 무관한 싸움이 될 전망이다. 조현준 회장은 (주)효성 지분의 21.94%, 조현상 부회장은 21.42%를 가지고 있다.
조 전 부사장 입장문에 담긴 사실상의 요구를 조 회장 측이 수용할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효성 관계자는 이날 "형제간의 우애와 유류분 이상을 나눠주라는 아버지 유언이 언론에 공개되자 이를 왜곡시켜서 본인의 형사재판에만 활용하려고 하는 것 같아 안타깝고 실망을 금치 못하겠다"고 밝혔다.
조 전 부사장이 피고인인 형사사건과 상속재산 분할 건은 별개란 취지다. 실제로 반의사불벌죄나 친고죄가 아닌 이상 고소인이 소를 취하해도 검찰이 공소취소를 할 의무는 없다. 이 밖의 혐의로 기소된 경우 고소인이 소 취하를 했다고 검찰이 공소취소를 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하지만 구형량에 정상 참작을 할 여지는 있다.
효성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이 부친을 조문한 상황을 놓고도 "상주 역할을 못 하게 한 것이 아니고 빈소에 올지 안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상주) 명단에 올리기 어려웠다"며 "조 전 부사장이 조문을 못하게 막거나 내쫓은 적도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