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유언장서 '우애' 당부했지만...효성家 아들들은 서로 향해 날 세웠다

입력
2024.05.1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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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문 "유출 경위 의심, 고소 취하 안 해, 상주 명단 빠져" 
효성 측 "유언 재판 활용 안타까워, 실망 금치 못해"


고(故) 조석래 전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형제간 우애'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진 유언장 내용이 유출된 것을 두고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장남 조현준 회장과 삼남 조현상 부회장을 겨냥해 "형제들 행위는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라며 발끈했다. 또 자신이 형사 재판의 피고인이 됐는데도 형(조 회장) 측이 고소를 취하하지 않고 부친의 빈소 상주 명단에서 뺐던 일도 조목조목 따졌다.

조 전 부사장은 16일 법률 대리인단을 통해 낸 입장문에서 "최근 유언장을 입수해 필요한 법률적 검토 및 확인 중에 있다"면서도 "유언장의 입수, 형식, 내용 등 여러 측면에서 불분명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앞으로 진행될 상속 재산 분할이나 법정 다툼에서 조 회장 측이 유리한 여건을 만들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닌지 따져봐야겠다는 뜻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는 "상당한 확인 및 검토가 필요한 바 현재로서는 어떠한 입장도 밝히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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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조 전 부사장은 "다만 선친께서 형제간 우애를 강조했음에도 아직까지 고발을 취하하지 않은 채 형사 재판에서 부당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조 회장 측을 겨냥했다. 앞서 그는 2014년 6월 형 조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조 회장 측도 2017년 3월 조 전 부사장을 공갈미수 혐의로 검찰에 고소, 조 전 부사장이 강요미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검찰은 조 회장 측 항고를 받아들여 공갈미수 혐의도 재수사하고 있다. 3월 2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동생 조현상 부회장은 조 전 부사장의 혐의와 관련해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은 모두 사실"이란 취지로 진술해 조 전 부사장 측과 대립했다.



"형제들 행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처사"


이어 조 전 부사장은 "지난 장례에서 상주로 아버님을 보내드리지 못하게 내쫓은 형제들의 행위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라고 강조했다. '효성 형제의 난'을 일으켰던 조 전 부사장은 3월 30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부친의 빈소를 찾았다가 5분여 만에 자리를 떴다. 상주가 아닌 조문객 신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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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고인은 지난해 변호사가 있는 자리에서 유언장을 작성, "부모·형제 인연은 천륜"이라며 "어떤 일이 있더라도 형제간 우애를 반드시 지켜달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언장에는 조 전 부사장에게도 주요 계열사 주식 등으로 유류분(법정 상속비율)을 웃도는 재산을 물려주도록 한 상속 재산 분할 비율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의 이날 입장 발표에 따라 유류분 청구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남아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 명예회장이 보유한 효성그룹 계열사 지분은 ㈜효성 10.14%, 효성중공업 10.55%, 효성첨단소재 10.32%, 효성티앤씨 9.09% 등이다. 이에 따라 조 전 부사장이 유류분 청구 소송을 내 승소하더라도 경영권과는 무관한 싸움이 될 전망이다. 조현준 회장은 (주)효성 지분의 21.94%, 조현상 부회장은 21.42%를 가지고 있다.



효성 측 "안타깝고 실망 금치 못하겠다"


조 전 부사장 입장문에 담긴 사실상의 요구를 조 회장 측이 수용할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효성 관계자는 이날 "형제간의 우애와 유류분 이상을 나눠주라는 아버지 유언이 언론에 공개되자 이를 왜곡시켜서 본인의 형사재판에만 활용하려고 하는 것 같아 안타깝고 실망을 금치 못하겠다"고 밝혔다.

조 전 부사장이 피고인인 형사사건과 상속재산 분할 건은 별개란 취지다. 실제로 반의사불벌죄나 친고죄가 아닌 이상 고소인이 소를 취하해도 검찰이 공소취소를 할 의무는 없다. 이 밖의 혐의로 기소된 경우 고소인이 소 취하를 했다고 검찰이 공소취소를 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하지만 구형량에 정상 참작을 할 여지는 있다.

효성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이 부친을 조문한 상황을 놓고도 "상주 역할을 못 하게 한 것이 아니고 빈소에 올지 안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상주) 명단에 올리기 어려웠다"며 "조 전 부사장이 조문을 못하게 막거나 내쫓은 적도 없다"고 밝혔다.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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