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가 받는 광주인권상은 저와 같은 길을 걸었던 수천 명의 스리랑카 여성들이 함께 받는 것입니다."
스리랑카 군부 독재 정권이 소수민족인 타밀족들을 대상으로 자행하고 있는 성폭행, 납치, 학살을 외부에 알려온 인권활동가 수간티니 마티야무탄 탕가라사(55)는 16일 광주 서구 5·18 기념재단에서 열린 광주인권상 수상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소감을 말했다. 수간티니는 18일 오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후 광주인권상을 수상한다.
수간티니는 스리랑카어로 '존엄성을 향한 멈추지 않는 투쟁'을 의미하는 단체 '아마라'의 대표다. 그는 영어 교사였던 남편이 스리랑카 내전 중 목숨을 잃게 되자 군부 독재에 맞서 비폭력 시위를 주도했다. 2009년 당시엔 강제로 수용소에 끌려가 고문을 받기도 했다. 2012년 무죄로 풀려난 그는 현재 스리랑카 타밀 일람 지역에서 스리랑카 군부 독재의 실상을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스리랑카에선 지금 이 순간에도 군부 독재 정권에 의한 성폭행이 자행되고 있다"며 "수많은 여성들이 죽거나 실종되는 일이 일상처럼 발생하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군부의 탄압과 폭력 속에서도 그가 비폭력 불복종 투쟁을 지속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연대'다. 그는 "수용소에 갇혀 있을 때 폭력과 고문에 시달리면서 정신이 오락가락하고 내가 누구인지조차 잊어버릴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며 "그럴 때마다 우리 타밀 여성들끼리 '잡히면 죽는다. 하지만 살아 있다면 다시 시작하자'고 다짐을 했던 것을 떠올렸다"고 돌아봤다.
그에게 '광주의 연대'는 위로가 된다. 수간티니는 "스리랑카에도 5월 18일은 매우 중요한 날"이라고 설명했다. 스리랑카에서 내전이 종식되고 타밀족에 대한 대학살이 일어났던 날이 2009년 5월 18일이다. 그는 "광주의 5·18은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다"며 "스리랑카의 5·18도 광주 5· 18처럼 인정받는 날을 꿈꾼다"고 희망을 피력했다.
수간티니는 이날 오전 광주 5·18로 가족을 잃은 여성들의 쉼터인 광주 오월어머니집을 방문했다. 이곳에서 광주 5· 18 희생자와 스리랑카 5· 18 희생자는 서로가 같은 상처를 갖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했다. 그는 "타밀 여성들은 하루아침에 아들과 남편을 잃어버린 아픔 속에 살아 가고 있는데, 그들도 같은 아픔을 공유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며 "서로가 서로를 위해 눈물을 흘리고 고통을 위로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스리랑카 군부정권의 타밀족 학살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스리랑카 군부에 의한 감시와 실종, 살해가 빈번하지만 현지 언론이 침묵하고 있는 탓이다. 광주인권상 심사위원인 최미경 국제민주연대 대표는 "스리랑카에서 벌어진 일이 국제사회에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수상자를 결정하게 됐다"며 "광주인권상이 살해 위협에 시달리는 스리랑카 인권 활동가를 위한 방패막이가 될 수 있길 기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