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라는 말 역사속으로…'국가유산청' 출범으로 바뀌는 것들

입력
2024.05.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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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국가유산기본법' 시행

국보, 천연기념물, 사적, 인간문화재 등을 통칭하던 용어 '문화재'가 6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앞으로는 '국가유산'이라고 불러야 한다. 문화재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기관인 문화재청이 '국가유산청'으로 이름을 바꾼다. 17일 국가유산기본법(국가유산법)이 시행되는 데 따른 것이다.

문화재 → 국가유산

'문화재(cultural property)'란 용어를 쓴 건 1962년 문화재보호법을 제정하면서다. 일본의 문화재보호법을 그대로 이식한 것인데, 문화재를 재화 취급한다는 게 한계였다. 무형유산과 보유자를 재화로 표현하는 것이 부적절하고, 천연기념물 같은 자연유산을 아우르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대체 용어로 지정된 '국가유산'에는 한국의 특수한 가치와 인류 보편의 가치를 포괄하는 유산이란 의미가 담겼다. '유산(heritage)'은 1972년 문화·자연 유산 파괴 방지를 위한 유네스코 세계유산협약 제정 때 공인된 이후 국제기구에서 통용되는 용어다. 국가유산은 문화유산, 자연유산, 무형유산으로 구분된다. 국가무형문화재, 국가민속문화재, 등록문화재는 각각 국가무형유산, 국가민속문화유산, 등록문화유산으로 불리게 된다.


달라지는 제도는?

국가유산청은 문화유산의 보존과 관리에 주로 집중한 문화재청과 달리 문화유산의 활용과 미래 가치 창출에 더욱 힘을 쏟는다. 17일부터 국가유산청장이 될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16일 국가유산체제 전환 기념 국제 심포지엄에서 "기성 유산과 잠재적 미래 가치를 품고 있는 모든 유산들이 국내외에서 온전히 보존·활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가유산 정책 기조도 바꾼다. 국가유산 주변 지역은 그간 '문화재 보호' 명목의 각종 규제를 받았는데, 국가유산과 주민이 공존, 상생할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수정한다. 정부는 국가유산 반경 500m 지역을 일률적으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으로 지정해 개발을 제한해왔다.

제작된 지 50년 이상 지난 미술품 등 일반 동산 문화유산(이동이 가능한 문화유산)의 국외 반출 규제도 느슨해진다. 현행 규정에서는 문화재청의 허가가 없으면 해외로 내보낼 수 없었다. 미래 가치를 지닌 현대문화유산을 발굴하는 제도도 시행된다.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식에서 쓴 굴렁쇠, '피겨퀸' 김연아의 스케이트 등 역사적·예술적·사회적 가치가 있으나 제작된 지 50년이 지나지 않은 물품을 예비문화유산으로 선정해 보존한다는 취지다.

국가유산 무료 개방, 뉴진스 공연까지

국가유산청 출범을 기념해 국가유산으로 지정된 명소 76곳이 한시적으로 무료 개방되고 다채로운 연계 행사도 펼쳐진다. 이달 19일까지 경복궁, 창덕궁(후원 제외), 창경궁, 덕수궁 등 서울 시내 4대궁과 종묘, 조선왕릉, 제주 성산일출봉 등 국가유산에선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21일에는 아이돌그룹 뉴진스, 송가인, 장민호, 김소현, 손준호, 정성화 등이 경복궁 근정전에서 축하 공연을 한다. 국보인 근정전은 조선시대에 나라의 중대한 의식을 거행하던 건물이다. 2020년 방탄소년단(BTS)이 미국 NBC 프로그램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에 내보낼 영상을 위해 이곳에서 라이브 공연을 한 적이 있으나, 대중 공연을 위해 근정전이 개방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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