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까지 명심 받들어야 하나"... 민주당은 추미애 대신 우원식 택했다

입력
2024.05.1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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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골적인 명심 꺾고 이변 일으켜
초대 을지로위원장 역임 '개혁파'
이재명 "이 결과가 당심 아니겠느냐"
국회 부의장 후보에는 4선 이학영

더불어민주당이 16일 5선의 우원식(서울 노원갑) 의원을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했다. 명심(明心)에 강성 지지층 지원까지 받은 최다선(6선) 추미애 경기 하남갑 당선자 승리가 예상됐지만,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 당 내부에서는 현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원내대표에 이어 국회의장까지 명심이 작용하는 데 대한 부담이 '이변'을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당선자 총회에서 우 의원은 과반수를 득표해 추 당선자를 꺾고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됐다. 여야 1명씩인 부의장 후보에는 4선의 이학영(경기 군포) 의원이 선출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국회의장단은 국회법에 따라 다음 달 5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로 선출된다. 우 의원은 이날 선출 직후 "국회의장으로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가 안 되는가, 옳은가 옳지 않은가를 기준으로 국회 전반기를 이끌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재명 대표는 "이 결과가 당심이라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국회의장에 취임할 우 의원은 민주당 내부에서 개혁 의지와 협상력까지 두루 갖춘 인사로 꼽힌다. 운동권 출신으로 고 김근태(GT) 전 의원 계파 모임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소속인 우 의원은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민주당 전신) 후보로 노원을에서 당선돼 국회에 입성한 뒤, 18대를 제외하고 19대에서 22대 국회까지 내리 4선을 했다. 2013년부터 4년 동안 남양유업 사태 등 '갑을 문제'를 다루는 을지로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맡아 개혁 입법에 앞장서면서 대중 정치인으로 한 단계 도약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5월에는 민주당 원내대표로 선출돼 협상력을 인정받았고, 2021년 대선 정국에서는 일찌감치 이재명 당시 후보 지지를 선언해, 대표적 친이재명(친명)계로 분류된다.

이날 국회 부의장 후보에 선출된 이 의원 역시 운동권 출신으로 한국YMCA 전국연맹 사무총장과 희망제작소 이사 등을 지냈다. 19대 국회부터 경기 군포에서 내리 4선을 했고, 우 의원에 이어 을지로위원회 2기 위원장을 맡았다.

당초 이날 총회 직전까지 민주당에서는 추 당선자의 승리가 예상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중진들을 중심으로 국가 의전서열 2위인 국회의장까지 '명심'에 좌우되는 게 맞느냐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분위기가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선명성을 강조한 추 당선자에 맞서 우 의원이 투표 전 정견발표에서 지난해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단식농성 등 과거 활동을 언급하며 "항상 물러서지 않고 맞서 싸웠다"고 강조한 것도 표심을 흔들었다는 분석이다.

국회의장에 취임하게 되면 우 의원은 당장 여야 간 원 구성 협상부터 맞닥뜨리게 된다. 또 민주당이 예고한 김건희 여사 의혹 특별검사법과 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간호법 등 9개 법안 처리도 다뤄야 한다. 이와 관련, 우 의원은 이날 "앞으로의 국회는 정말 다른 국회가 될 것"이라면서 "올바른 일이 있으면 여야 협치를 중시하지만, 민심에 어긋나는 퇴보나 지체가 생긴다면 여야가 동의해서 만든 국회법에 따라 처리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우 의원 선출에 대해 김민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제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에게는 중립성과 공정성을 의무로 여야 협치의 국회를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하면서 "민생 없는 국회, 당대표 한 사람만 위한 '방탄 국회'로 또다시 전락시킨다면, 결국 엄청난 민심의 역풍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진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