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 광주는 죽음을 기다리는 도시였다. "우리 모두 나가 싸웁시다." 시민들은 불의와 반역에 저항했지만 계엄군의 총탄은 그들의 가슴을 뚫었다. 치 떨리는 오월이었다. 해서, 광주의 오월은 '저승의 계절'이었다. 그렇게 시린 봄이 가고 또 찾아오길 44년. 광주는 매년 오월이 오면 그날을 기억하고 기록하며 부활을 꿈꿨다.
올해도 크게 다르진 않다. 옛 전남도청과 금남로, 충장로 등 시내 곳곳에서 5·18민주화운동 기념행사들이 이어진다. 시민들이 내건 슬로건은 '모두의 오월, 하나되는 오월'이다. 광주 지역 63개 기관과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는 "공동체 정신과 민주주의 실현이 담긴 오월 정신을 바탕으로 우리의 의지를 담았다"고 했다.
올해 기념행사도 17일 오전 5·18민주묘지에서 오월 영령들을 기리는 추모제와 추모식으로 시작된다. 같은 날 오전 11시~오후 5시 금남로(1~3가)에선 시민 난장 '해방 광주'가 펼쳐진다. 5·18 당시 피 묻은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금남로가 그날을 겪어야 했던 이들의 희생과 진실, 5·18 시대정신 등을 누구나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공간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거리 공연과 기획 전시 등 다양한 문화 예술 행사도 펼쳐진다. 난장이 끝난 금남로에선 시민 2,000여 명이 참여하는 민주평화대행진이 이어진다. 이어 오후 7시엔 전일빌딩245 앞 특설 무대에서 5·18 기념행사의 꽃인 '전야제'가 열린다. 올해 전야제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 세월호 유가족을 위로하는 시각 예술 무대와 인권·민주·오월을 상징하는 3개의 주무대에서 '언젠가 봄날에 우리 다시 만나리'를 주제로 시민들과 함께 공연을 선보인다.
이처럼 올해 기념행사도 그전과 비슷비슷하다. 실제 시민들이 "오월이 또 오긴 왔는디…"라고 미지근하게 반응할 정도다. 다만 기념행사가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한 당위성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감을 나타내는 건 예년과 다른 분위기다. 5·18행사위 관계자는 "5·18이 헌법 전문에 자리 잡아 미래세대에게도 '우리의 오월'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기념행사 기조와 방향을 재정립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