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의 프랑스령 누벨칼레도니(영어명 뉴칼레도니아)에서 프랑스 지배에 반발하는 폭동이 확산하고 있다. 프랑스가 뉴벨칼레도니 지배력을 강화하려 하자 원주민들이 주축이 된 분리독립세력이 반발한 결과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누벨칼레도니 수도 누메아에서는 전날부터 대규모 소요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누메아는 아비규환 상태로 보인다. 로이터 등 매체들은 복면을 쓴 이들이 상점을 약탈하고 길거리 차량에 불을 지르는 등 폭력이 번지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관 100명을 포함 수백명이 다쳤고 사망자도 발생했다. 다만 현지 주재 프랑스 고등판무관실은 총 2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힌 반면, 누벨칼레도니 대통령실은 원주민 카나크족 3명과 군인 1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양측 모두 사망자 중 1명은 총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는데, 프랑스 당국은 경찰이 발포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대규모 폭력 사태는 프랑스가 최근 누벨칼레도니 선거 규정을 바꾸려는 과정에서 표출됐다. 1853년 식민지로 병합된 누벨칼레도니는 1988년 마티뇽 협정 및 1998년 누메아 협정을 통해 자치권을 상당 부분 이양 받았으나, 여전히 프랑스 영토에 속해 있다. 또한 누벨칼레도니 선거는 프랑스 헌법에 규율을 받는데, 현재는 1998년 이전에 거주했던 주민들과 그 자녀에게만 투표권이 주어진다. 프랑스가 대규모 이주를 통해 현지 원주민들의 정치력을 약화시키지 못하도록 한 제한 조치다.
미국 CNN방송은 "원주민 카낙족은 오랫동안 가혹한 인종차별 정책의 희생자였다"면서 "많은 원주민들은 현재도 높은 빈곤율과 실업률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나 최근 프랑스는 이 제한을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개헌을 추진하고 있다. 누벨칼레도니에서 10년 이상 거주한 사람에게는 투표권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 경우 누칼레도니아 인구 27만 명 중 20%에 해당하는 프랑스 출신 인구가 투표권을 새로 얻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친(親) 프랑스 성향 유권자가 늘어나는 만큼, 인구 약 40%를 차지하는 원주민의 독립 요구는 보다 과소대표될 수 밖에 없다. 프랑스 하원은 전날 찬성 351표 대 반대 153표로 이러한 내용의 개헌안을 통과시켰다. 현지 주민들이 반발에 나선 배경이다.
프랑스 정부는 ‘개헌안이 최종 통과되기 전에 누벨칼레도니와 충분히 대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반발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누벨칼레도니가 세계 4위 니켈 매장국이고 중국과 서방 간 인도·태평양 패권 싸움에서 갖는 지정학적 가치도 크다는 점에서 프랑스가 원주민들의 분리독립 요구를 받아들이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긴급 국방·국가안보 회의를 주재하고 기동 헌병대 4개 중대를 추가 파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화를 이어가되, 장악력은 놓지 않겠다는 얘기다. 프랑스 하원에서 통과된 개헌안은 프랑스 양원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정부는 그 전에 누벨칼레도니 대표자들을 파리로 초대해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누벨칼레도니의 분리독립 세력도 일단 대화에 나서는 분위기다. 독립을 지지하는 정치단체 카나크 사회주의 해방전선(FLNKS)은 이날 성명을 통해 프랑스의 대화 제안을 받아들이겠다며 "누벨칼레도니가 해방을 향한 길을 갈 수 있도록 합의를 위해 노력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