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학 첫날 가방이 무거운 너..."곧 빛나는 호수를 만날 거야"

입력
2024.05.17 13:00
11면
[책과 세상]
그림책 '한 마리는 어디 갔을까?'

전학 첫날 하굣길. 아이들이 재잘대며 우르르 빠져나가는 학교 복도가 유난히 길다. 터덜터덜 혼자 걷는데 가방은 왜 또 이렇게 무거운지.

그램책 ‘한 마리는 어디 갔을까?’에 나오는 아이는 그 외롭고 두려운 마음을 물고기들에게 기댄다. 작은 어항에서 키우는 열두 마리 초록 물고기. 그런데 한 마리가 없어졌다. 아이와 물고기들은 사라진 물고기를 찾아 나섰고, 알고 보니 호기심 많은 이 물고기는 혼자 이사 온 동네를 구경하고 있었다. 그리고 물고기는 아이를 친구들이 밤마다 모여 노는 놀이터로 안내한다. 저마다 바쁜 일과에 지쳤던 아이들은 마음껏 뛰어놀다가 커다란 호수를 발견한다. 반짝반짝 빛나는 호수 빛에 물든 아이들도 반짝거린다.

이제 아이는 내일을 기다리게 되었고, 더는 가방이 무겁지 않았다. 서선정 작가는 어린 시절 자주 이사 다녔던 경험을 떠올리며 이 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작은 어항을 들여다보던 아이가 호기심을 갖고 더 넓은 세상으로 눈길을 돌려 도전하고 경험하며 스스로 반짝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그림은 꼭 숨바꼭질 같다. 물고기가 사람들이 사는 곳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것인지, 실은 사람들이 어항 속에 살고 있는 것인지 모르게 두 세계가 겹쳐져 있다. 창밖 풍경에 힌트가 있다. 낮잠 자는 고양이, 나무 뒤에 숨은 토끼 등 장면 곳곳에 어우러져 있는 크고 작은 동식물들을 찾는 재미도 있다. 연필로 그어진 삐뚤빼뚤한 선들은 따뜻함과 여유를 준다.

이 책은 2024년 볼로냐어린이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파이널리스트에 선정됐다. 작가는 2022년 이 도서전에서 ‘어느 날’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에 뽑혔다.



남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