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4강 탈락과 올림픽 본선 진출 40년 만의 좌절, 여기에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차질 등 한국 축구가 최악인 상황에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집행위원 선거에 출마해 도마에 올랐다. 사퇴 여론 속에도 축구협회 회장 4연임을 위한 준비가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정 회장은 16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제34회 AFC 총회에서 동아시아지역에 할당된 집행위원 1명 자리에 단독 입후보했다. AFC 최고 의결 기구인 집행위원회는 AFC 회장 1명과 부회장 5명, 국제축구연맹(FIFA) 평의회 위원 6명, 집행위원 18명 등으로 구성됐다. 정 회장의 당선은 확실시되고 있다. AFC 집행위원 선거는 과반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최하위 득표자를 탈락시키며 투표를 반복하는 방식이지만, 정 회장이 단독 출마해서다.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집행위원 선거에 나서는 건 비판 받을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정 회장은 현재 한국 축구를 위기에 몰아 넣었다는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여러 논란 속에 선임된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체제에서 2023 카타르 아시안컵 4강 탈락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냈다. 부임 후 1년 간 재택근무, 무전술 등으로 논란이 된 클린스만 전 감독의 선임을 정 회장이 앞장섰다는 게 알려지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클린스만 전 감독이 독일 자국 언론을 통해 한국대표팀에 선임된 배경을 공개해서다.
또한 황선홍 감독이 이끈 23세 이하(U-23) 대표팀도 2024 파리올림픽 최종예선에서 탈락했다.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의 꿈이 물거품이 된 데에는 황 감독을 성인 A대표팀 임시 감독으로 겸직하게 한 축구협회의 결정이 한몫했다는 비판도 잇따랐다.
무엇보다 이달 초까지 선임하겠다던 축구대표팀 감독 소식은 함흥차사다. 최근 유력 차기 사령탑으로 거론됐던 제시 마쉬 전 리즈 유나이티드(잉글랜드) 감독이 캐나다 대표팀을 선택하면서 축구협회의 무모한 행정 역시 입길에 오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 회장의 집행위원 출마는 극에 달한 여론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지난 3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조별리그 3차전 태국전(1-1 무)에서 일부 관중들은 '정몽규 아웃(OUT)' 등이 적힌 종이를 들고 정 회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지난 7일 한국축구지도자협회에서도 정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축구계 안팎으로 정 회장의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정 회장은 집행위원 선거를 통해 4연임 도전에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축구팬들은 온라인을 통해 "온 국민을 무시하는 축구협회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 "정 회장은 한국 축구의 황금기를 암흑기로 만든 장본인", "선수들만 불쌍하다. 이번에도 뻔뻔하게 버틸 것" 등으로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