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소장파 모임인 '첫목회'가 15일 총선 참패의 원인으로 '붕괴된 윤석열 정부의 공정과 상식', 이에 '침묵했던 여당의 무력함'을 지목했다. 구체적 사례로는 이태원 참사 대응과 이종섭 주호주대사 임명 등 5가지를 꼽았다. 이들은 "우리의 비겁함을 통렬히 반성한다"며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보수정치의 재건을 위해 용기 있게 행동하겠다"고 약속했다. 첫목회는 '3040'의 수도권 낙선 인사 20여 명이 주축이 된 모임이다.
첫목회는 서울 종로의 한 사무실에서 전날 밤부터 이날 오전까지 진행한 끝장 밤샘토론을 마친 뒤 이 같은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소장파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난 총선에서의 패배의 원인을 되돌아보자는 의미에서 토론 주제도 '보수 재건과 당 혁신'으로 잡았다.
이들이 지목한 패배 원인은 크게 다섯 가지다. △'공감 부재'의 정치 △'분열'의 정치 △'아집'의 정치 △'불통'의 정치 △'회피'의 정치다.
공감 부재의 정치로는 이태원 참사 대응이 지적됐다. 윤 대통령이 "직접 만나달라"는 유족들의 요청을 외면한데다, 지나치게 '법적 책임'만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친윤석열(친윤)' 지도부 선출을 위해 초선 의원 50여 명이 '연판장'을 돌려 나경원 전 의원의 출마를 막은 건 분열의 정치 사례였다. 보궐선거 원인을 제공한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을 사면해 재차 출마시킨 건 아집, 해병대원 사망사고 수사 외압 의혹을 받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주호주대사로 임명한 건 회피의 정치 사례로 지목됐다.
이들은 "국민이 바랐던 '공정과 상식'이 무너지고 있음에도 정부는 부응하지 못했다"며 "그리고 우리는 침묵했고 무력했다"고 반성했다. 공정과 상식은 대선 후보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내세웠던 슬로건이었다. 이 밖에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나, 잼버리 파행,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 지난 2년간 있었던 대부분을 토론했으며, 최근 대통령실 민정수석 부활 등 공약 파기 논란에 대해서도 비판적 의견도 오갔다고 한다.
간사인 이재영(서울 강동을) 전 의원은 "보수의 방향성에 대해 치열한 노선 투쟁을 해야 한다"며 "그에 걸맞은 일정을 만들어 내 활동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계속해서 머리를 맞대 보수 재건을 위한 방안을 집단지성으로 도출해내고, 결과물을 국민과 당원들에게 공유하는 기회를 갖겠다"고 했다. 박상수(인천 서갑) 전 후보도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정치를 위해, 저희들이 침묵을 깨고 나가보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열띤 토론과 냉철한 반성이 뒤따랐지만,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논란은 입장문에서 빠졌다. 이승환(서울 중랑을) 전 후보는 "정책적 판단, 사법적 판단이 필요한 것을 제외하고, 대통령이 얘기했던 공정과 상식의 문제에서 총선에 영향을 미쳤던 것을 추리게 됐다"고 했다. 최근 검찰 인사를 두고 '김 여사 방탄' 논란이 불거진 데 대해선 "수사 차질 우려에 대해선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면서도 "전담팀이 꾸려져 수사를 하고 있으니,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황우여 비상대책위원회에 첫목회 출신 인사들이 기용되지 않은 것과 관련, 이 전 의원은 "당심과 민심 5대 5룰과 집단지도체제 변경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비대위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지켜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