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는 역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했으며, 세계의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계속 강화되고 있다."
오는 16, 17일(현지시간) 예정된 방중을 하루 앞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양국 간 밀착을 과시했다. 그는 양국 관계 발전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공로가 크다며 "현명한 정치인"이라고 치켜세웠다.
지난 7일부터 5선 임기를 시작한 뒤 첫 대외행보로 중국을 택한 푸틴 대통령이 방중 분위기 조성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5일 러시아 크렘린궁(대통령실)과 신화통신은 각각 홈페이지에 인터뷰 전문을 게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양국의 무역 및 경제적 관계는 외부 도전과 위험에 면역력을 갖춘 채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국 무역액 규모가 2019년 1,110억 달러(151조 원)에서 지난해 2,278억 달러(311조 원)로 두 배 뛰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제재로 고립된 러시아 경제는 유럽 대신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키워왔다. 러시아는 원유·가스 등 에너지를, 중국은 소비재부터 반도체 칩과 같은 첨단 장비까지 서로에게 대량 수출하면서다. 푸틴 대통령은 "앞으로 산업, 우주, 평화적 핵 에너지 사용 등 다른 혁신 분야에서도 더욱 긴밀한 관계를 만들어갈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론하며 반서방 단일 대오를 강조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중국은 우크라이나 사태의 근본 원인을 이해하며, 러시아는 중국의 접근법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미국 등 서방에 대해서는 "불행하게도 상호 존중과 각각의 이해관계에 대한 고려에 기반한 동등하고 정직하며 열린 대화를 나눌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서, 2년 넘게 전쟁이 이어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서방의 엘리트들은 끈질기게 러시아에 벌을 주고, 고립시키고, 약하게 만들고자 한다"며 "우리에게 거의 1만6,000건에 달하는 위법적인 제재를 부과했으며 해외 자산을 불법적으로 도용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은 방중 기간 베이징, 하얼빈 등 2개 도시를 방문할 예정이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크렘린궁 관계자를 인용, 두 정상이 16일 늦은 시각 비공식 정상회담을 열고 주로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시 주석이 지난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논의한 '파리 올림픽 기간 휴전' 제안을 언급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급속도로 밀착한 중러 관계를 서방에 노골적으로 드러내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영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메이아 나우언스 수석 연구원은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러시아와 중국 모두 서방, 특히 미국이 실패했다는 서사에 강하게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두 사람의 만남이 시 주석의 유럽 순방 직후 이뤄진다는 점을 놓고 "러시아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라는 (서방의) 일관된 요구에도 불구, 중국이 러시아와의 양자 관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지 않았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이번 방중길에 북한까지 깜짝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러시아의 전쟁을 무기 공급으로 돕고 있는 북한까지 더해 3국 밀착을 과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WP는 "푸틴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최우선으로 둔 김 위원장을 방문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번 아시아 방문을 활용할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작년 9월 13일 러시아 극동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난 바 있다. 이때 김 위원장이 평양으로 초대하겠다는 의사를 표했고, 푸틴 대통령도 이를 수락한 상태다. 푸틴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한 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집권하던 2000년 7월이 마지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