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14일(현지 시간) 중국산 전기차와 전기차용 배터리, 반도체 등에 대한 관세를 대폭 높인 데 대해 중국 정부가 크게 반발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미국 발표 직전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일관되게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위반한 일방적 부가 관세에 반대해왔다는 점을 여러분께 알리고 싶다"며 "(중국은) 모든 필요한 조처를 해 자신의 정당한 권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상무부도 이날 성명을 통해 "중국은 단호히 (미국의 조치에) 반대하며 엄정한 교섭(외교 경로를 통한 항의)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이어 조 바이든 행정부의 관세 인상 결정을 "국내 정치적 이유로 경제·무역 문제를 정치화, 도구화하는 것"이라며 "미국은 잘못을 바로잡기는커녕 제멋대로 고집하며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중국 상무부는 "미국의 관세 인상은 '중국과 디커플링(decoupling·공급망 등 분리)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약속 위반"이라며 "이는 양국 협력 분위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미국은 즉각 잘못을 시정하고 중국에 부과한 추가 관세를 취소해야 한다. 중국은 자국의 권익을 수호하기 위해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이날 전기차·배터리·의료 등 핵심 산업 관련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을 발표했다. 특히 중국산 전기차(25%→100%), 리튬이온 전기차 배터리(7.5%→25%), 태양광 전지(25%→50%) 등 일부 품목의 관세를 가파르게 올렸다. 백악관에 따르면 이번 조치로 연간 180억 달러(약 24조6,300억 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이 영향을 받는다.
백악관은 이날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으로부터 미국 근로자와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관세 인상 취지를 밝혔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노동자 표심을 사기 위해 자국 산업 보호 정책을 편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