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르~’ 갑작스러운 경련 소아뇌전증… 충분히 조절 가능

입력
2024.05.15 07:40

“소아뇌전증을 잘 아시는 맘님 계실까요? 뇌전증이라니 너무 무섭고 눈물만 납니다.”

육아 커뮤니티를 보면 소아뇌전증에 대한 두려움과 조언을 호소하는 글들이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소아뇌전증은 큰 걱정과 달리 약물 치료로 충분히 조절 가능한 질환이다.

뇌전증은 특별한 유발 요인 없이 24시간 이상의 간격을 두고 2회 이상 발작, 경련을 반복하는 것으로, 소아기에 이 같은 증상이 발생하는 것을 '소아뇌전증'이라고 부른다.

염색체 또는 유전자 이상, 선천적 뇌 구조 이상, 뇌종양, 뇌혈관 이상, 중추신경계 감염 등으로 발병할 수 있지만,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특발성 뇌전증이 30% 이상 차지한다.

많은 보호자가 발열로 인한 열성 경련을 뇌전증으로 알기 쉽지만 뇌전증이 아니다. 열성 경련은 생후 6개월에서 5세(문헌에 따라 1~6세) 사이의 어린이가 38도 이상 고열로 인해 전신 경련을 일으키는 것으로, 전체 어린이의 2~5%에게서 발생하지만 5세 이후엔 거의 사라진다.

다만 국소 부분 발작이나 15분 이상 지속 또는 24시간 이내 2회 이상 발작 등으로 정의되는 복합 열성 경련이라면 뇌전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드물게 있기에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뇌전증 발작은 다양한 양상을 보일 수 있다. 흔히 잘 알려진 대(大)발작의 경우 의식 없이 몸에 힘이 들어가 전신이 뻣뻣해지면서 규칙적으로 온몸을 떠는 증상을 보인다. 소(小)발작 경우에는 멍하게 의식 없이 서 있기도 하고, 일부 발작은 갑자기 몸에 힘이 풀리면서 의식을 잃고 쓰러지기도 한다.

자녀가 대발작 증상을 보이면 우선 평평한 곳에 눕히고 가래나 침, 토와 같은 분비물이 기도로 넘어가지 않도록 고개를 옆으로 돌려준다.

혀가 말렸거나 숨을 못 쉰다고 생각해 입안으로 손가락을 넣는데, 어린이라고 해도 턱 힘이 강하므로 자칫 손가락을 크게 다칠 수 있어 삼가야 한다.

대부분 1~2분 이내 발작을 멈추지만, 5분 이상 지속되면 응급실 내원을 고려해야 한다. 팔다리를 주무르거나 바늘로 손발을 따는 등의 요법은 증상 완화에 효과가 없다.

일부 잘 알려진 특정 소아뇌전증의 경우 나이가 들면서 좋아지기도 해 발작 증상이 빈번하지 않다면 경과를 관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일부 제한된 케이스로 치료 여부는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 발작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면 항경련제로 증상을 조절할 수 있다.

대체로 70~80% 이상은 1~2가지의 약제 사용으로 경련이 조절되고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할 수 있을 때가 많다. 하지만 3가지 이상 약제로 2년 이상 치료해도 잘 조절되지 않는 난치성 뇌전증은 경련과 발작 등의 증상을 억제하기 위해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하는 '케톤 생성 식이요법'을 고려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미주신경자극술·뇌전증 수술 등 수술적 요법도 쓰이고 있다.

심영규 고려대 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소아뇌전증의 경우 우울증이나 다른 심리적인 이상이 동반될 때가 많다” 며 “치료 못지않게 환자 심리 상태를 관찰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심 교수는 또 “사회적 편견과 오해로 인해 환자 스스로 병을 숨기거나 부당한 차별을 받기도 한다”며 “뇌전증 환자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만큼 고혈압·당뇨병처럼 증상을 잘 조절하면서 함께 사회를 이루어나가는 구성원이라는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