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폐지'를 언급한 지 불과 이틀 만에 주워담은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2년 전 민주당 대선 공약이었던 '종부세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내부에 존재하지만, 기껏 공론장에 오른 화두를 논의조차 못한 채 해프닝으로 간주하면서다. 부동산 의제가 민주당에 미치는 파급력도 작용했지만, 친이재명(친명)계의 '실용 노선'이 서민층 보호를 중심으로 했던 기존 민주당의 '가치'와 충돌한 상징적 사례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언론 인터뷰에서 "아무리 비싼 집이라도 1주택이고, 실제 거주한다면 과세 대상에서 빠져야 한다"고 말했다. 실거주용으로 주택 한 채를 보유했더라도 공시가격 12억 원 이상의 주택을 보유하면 종부세 대상이 되는 현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다. 박 원내대표 발언이 알려진 직후, 당 내부에서는 동요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그러자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이틀만인 지난 10일 정책 현안 간담회를 열고 "원내대표가 개인적 의견을 말한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박 원내대표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종부세와 관련해 국민들의 요구사항이 많이 있어서 그 부분의 검토가 필요하다는 얘기"라고 톤을 낮췄다.
내부 논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성급하게 의제를 꺼낸 감이 있지만, 실제 당내에선 종부세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서울 지역의 한 친명계 의원은 이날 "노무현 정부에서 종부세를 처음 도입할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며 "현실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는 이전부터 있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도 지난 대선 당시 투기 목적이 아닌 다주택은 종부세 중과를 적용하지 않는 등의 종부세 완화 정책을 공약으로 발표했다.
이런 내부 여론에도 불구하고 급하게 진화부터 한 배경에는 문재인 정부 당시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트라우마가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당의 한 재선 의원은 "부동산으로 정권을 내준 후 당내에서 부동산에 대한 언급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며 "괜히 건드렸다가 역풍이 커질 수도 있지 않느냐"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민주당은 2년 전 대선과 지방선거 참패 이후 제대로 된 부동산 정책이나 반성문을 내놓지 않았다. 이달 말 있을 민주당 당선자 워크숍에서도 부동산은 원 구성이나 채 상병 특별검사법 등 현안들에 밀려 논의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4·10 총선을 통해 당을 장악한 이 대표의 실용 노선이 앞으로 민주당이 내세웠던 기존 가치와 충돌할 지점들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3년 뒤 대선을 바라보고 있는 이 대표와 친명계 인사들은 부동산을 최대 승부처로 주목하고 "종부세 완화 등 중도층을 사로잡을 실용 노선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진 정책위의장이 이날 MBC라디오에서 "우선순위를 가려본다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 가운데 45%가 무주택자"라고 말한 것처럼, 종부세 완화를 일종의 '부자감세' 프레임으로 보는 시각도 여전하다. 이런 흐름에 대해 지도부의 한 의원은 "종부세는 국민적 요구가 높은 만큼 계속 가져가야 할 문제"라며 "종부세 폐지 문제는 다음 대선 전에 또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