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는 광역자치단체다. 의대가 없으니 당연히 대학병원도 없다. 전남에서 발생한 환자 가운데 절반은 응급실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고 환자들이 광주나 서울까지 수백여 ㎞ 떨어진 대학병원을 찾아 헤매다 사망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전남권 의대 설립은 단순한 지역 숙원 사업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15일 전남도와 목포시, 국립목포대 등에 따르면 전남에서 전남대병원 응급의료센터로 이송된 후 사망한 환자는 최근 5년간 연평균 300명에 달한다. 상급종합병원으로 분류되는 전남대병원, 조선대병원 등 대학병원 3곳은 모두 광주권이다. 이 때문에 전남 지역 응급환자들은 생사를 좌우하는 최소 시간인 '골든타임'을 확보하지 못해 광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생명을 잃는 경우가 적지않다.
전남 지역 대부분은 전남대병원까지 구급차로 1시간 이상 소요된다.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통계’(2023)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서울은 90.3%가 60분 내에 응급실 이용이 가능하지만 전남은 51.7%로 전국 최하위다. 고난도 중증질환의 치료가 가능한 상급종합병원 이용률의 경우 서울은 99%이지만 전남은 그 절반 수준인 52.2%로 최하위다. 지방에 산다고 해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이 현재 전남의 현실이다.
환자들은 병원이 없어 원정 의료를 떠난다. 전남의 1인당 연간 의료비는 241만 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상급종합병원이 없어 제때 적정 치료를 받지 못해 의료비가 커진다는 것이 전남도의 설명이다. 해마다 원정 의료를 가는 지역민은 70만 명으로, 연간 1조5,000억 원의 의료비가 지출되고 있다. 2022~2023년 6월 서울대병원을 이용한 광주시민들은 9,000명이었지만, 전남에선 1만6,000명이 진료를 받았다. 광주보다 거리가 멀고 교통도 더 불편한 전남 주민이 서울을 더 찾는 셈이다.
전남의 기초 의료는 공중보건의에 의존하고 있지만 보건의는 매년 감소하고 있다. 전남의 공중보건의는 2022년 609명에서 지난해엔 585명으로 감소세다. 연봉 4억~5억 원을 내걸어도 전남에서 일하겠다는 의사가 드물다. 전남 공공의료원 3곳은 의사가 없어서 10개 과가 휴진 상태다.
특히 전남은 노인 인구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의료접근성은 지역민들의 사활적 관심사다. 2024년 3월 기준 전남의 노인 비율은 26.4%, 장애인은 7.6%에 달한다. 이는 전국 평균보다 각각 7.2%포인트, 2.5%포인트 높은 수치다. 섬 등 의료접근성 취약 지역도 다수다. 응급의료취약지역은 전남이 17곳(17.3%)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전국 섬의 65%가 전남에 있는데, 58%에 의원·치과의원·한의원 등 의과시설이 없다. 섬 병상확보율은 신안군이 0.74%, 완도군이 0.22%로 전국 평균인 1.31%에도 못 미친다.
오동호 한국섬진흥원장은 "생명과 직결되는 보건의료 및 복지 인프라의 취약성은 섬 주민들이 정든 고향을 등지게 만드는 대표적 요인 중 하나로, 섬에서는 의료시설과 인력 모두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