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검찰총장이 대규모로 단행된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두고 14일 "더 말씀드리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이 총장의 지방 출장 중 기습적으로 대검찰청 부장 등 검사장급 인사가 발표된 것을 두고, 대통령실과 갈등이 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한 답이었다. 이 총장은 "인사는 인사고 수사는 수사"라며 "검찰총장으로서 제게 주어진 소명과 책무를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이날 오전 9시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을 만나, 전날 법무부가 발표한 대검검사급(고검장·검사장) 검사 인사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법무부의 검찰 인사를 두고 사전 조율이 있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어제 단행된 검사장 인사는…."이라고 운을 뗐지만, 5초간 침묵 끝에 "이에 대해 더 말씀드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답변 사이 오래 침묵해 불편한 심정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됐다. 이 총장의 출근길을 지켜본 한 검찰 관계자는 "이 총장의 이렇게 어두운 표정은 처음 본다"며 "심기가 좋지 않은 건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 인사 시점이나 규모를 예상 못 한 것이 맞느냐' '용산 대통령실과의 갈등설이 알려졌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 이어진 질문에도, 이 총장은 "인사에 대해 더 말씀드리지 않겠다"고만 답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이 총장을 보좌하는 대검 참모진들도 대거 교체됐다. 일각에선 총장 임기를 넉 달 앞두고 '수족'을 잘라냈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럼에도 이 총장은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한 엄정 수사 방침은 재차 강조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전담수사팀을 꾸려 신속수사 지시를 내린지 11일 만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휘하 차장검사들이 전원 교체됐다. 김 여사에 대한 수사 방침에 제동이 걸린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이 총장은 "어느 검사장이 오더라도 수사팀과 뜻을 모아 일체의 다른 고려 없이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서만 원칙대로 수사할 것"이라며 "저는 우리 검사들을, 수사팀을 믿습니다"라고 말했다. "인사는 인사이고, 수사는 수사"라고 힘주어 말하기도 했다.
이 총장은 '임기 전까지 (김 여사) 수사를 마무리하겠느냐'는 질문에는 "검찰총장으로서, 공직자로서 제게 주어진 소임과 직분, 소명을 다할 뿐"이라며 "그 이상도 이하도 없다"고 말했다. 이날 거취 표명이 있을 것이란 우려가 나왔지만, 이 총장은 '임기를 채울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공직자로서 검찰총장으로서 저에게 주어진 소명과 책무를 다 하겠다"고 답했다. 고검검사급(차장·부장) 검사에 대한 후속 인사 계획에 대해서는 "제가 알 수 없는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전날 춘천지검 영월·원주지청을 시작으로 1박2일 지방검찰청 격려방문을 떠났던 이 총장은 인사 발표 후 이틀째 일정을 취소하고, 자신을 보좌한 참모진들을 이날 배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