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이 드디어 장거리 해상탄도탄요격유도탄, 이른바 SM-3 미사일 도입을 결정했다. SM-3 미사일의 소요가 합참에서 확정된 것은 지난 2017년의 일이었다. 예정대로 사업이 진행됐다면 이 미사일은 올 하반기 신형 이지스 구축함 ‘정조대왕함’ 해군 인도 일정에 맞춰 이 군함의 기본 무장 중 하나로 전력화가 됐어야 할 무기였다. 그러나 SM-3 도입 결정까지는 10년이 넘는 찬반 논쟁이 있었고, 최근 이스라엘·이란 미사일 공방을 계기로 이제야 도입 결정이 이루어졌다.
SM-3 도입 논란은 군 안팎에서 제기된 거센 반대 의견 때문이었다. 군 일각에서는 “한반도 북쪽에서 남쪽으로 똑바로 날아오는 미사일을 동해나 서해에서 발사된 요격미사일이 ‘측면 타격’ 형태로 요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SM-3는 최저요격고도가 너무 높아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없다”는 논리도 제기됐다. 주로 기술적인 차원의 SM-3 반대론이었다. 군 외부에서는 “SM-3는 미·일 미사일방어(MD) 네트워크의 핵심 무기이기 때문에, 이를 도입할 경우 미·일 주도 MD에 자동 편입돼 중국과의 관계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것”이라며 정치적인 차원의 SM-3 불가론을 쏟아냈다.
물론 군 안팎에서 제기된 SM-3 불가론의 논리는 대부분 어불성설이었다. 동·서해에서 발사되는 요격 미사일이 한반도 내륙을 비행하는 탄도미사일을 측면에서 요격할 수 없다는 주장은 미사일의 유도 원리와 해상 기반 MD 작전에 대한 몰이해에서 나온 궤변이었다. 대부분의 언론, 심지어 일부 전문가들도 인용했던 최저요격고도 문제 역시 SM-3 미사일의 세부 모델별 성능 차이를 이해하지 못해 발생한 오해였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볼 때, SM-3 미사일, 정확히는 국내 언론과 일부 전문가 집단이 가장 심하게 반대하고 있는 블록-IIA 버전은 한반도 MD 작전에서 가장 효과적인 요격수단이다. 이 미사일은 최대 사거리가 2,500㎞, 최대 요격고도가 1,200㎞에 달하는 장거리 미사일로 올해 미 해군 납품가격 기준으로 1발에 2,800만 달러(약 380억 원)가 넘어가는 고가의 무기다. 종심이 짧은 한반도 전장 환경에서 이 미사일의 사거리와 요격고도는 너무 길어 보이지만, 현재 시점에서 이 미사일은 도입 여부에 따라 대한민국의 운명을 바꿔놓을 수 있는 그야말로 ‘게임 체인저’다.
SM-3 도입이 결정된 상황에서 한국이 구매할 수 있는 세부 모델은 블록-IB와 블록-IIA 두 종류뿐이다. 군은 사거리와 요격고도가 짧고, 가격도 1발에 1,250만 달러로 저렴한 데다 일본과의 연계 시비를 피할 수도 있는 블록-IB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블록-IB는 900㎞ 정도의 사거리, 500㎞의 요격고도와 마하 8.8의 비행속도를 가지고 있어 한반도에 한정된 MD 작전용으로 적합해 보인다. 그러나 이 미사일은 구형이기 때문에 곧 단종될 예정이다. 지난 3월 발표된 미 미사일방어국(MDA)의 2025 회계연도 예산안 보고서를 보면, MDA는 올해 발주를 마지막으로 블록-IB를 추가로 구매하지 않을 계획인데, 이에 따라 블록-IB는 기존에 주문된 물량 생산이 끝나는 2028년에 단종된다. 최근 카를로스 델 토로 해군장관이 하원 군사위원회에 나와 물량 확보 차원에서 블록-IIA보다 저렴한 블록-IB를 더 구매해야 한다고 요청한 바 있지만, 칼자루를 쥐고 있는 MDA는 더 광범위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블록-IIA를 선호하고 있다.
블록-IIA는 SM-3라는 이름은 공유하지만, 이전 모델과는 완전히 다른 미사일이다. 추진체 모터 직경이 기존 미사일의 13.5인치보다 훨씬 대형화된 21인치 규격을 사용하고 있어 속도·상승고도·사거리 모두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여러 개량점 가운데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최저요격고도 구간의 획기적인 확장이다. 미 해군은 탄도미사일 요격용 무기로 SM-3와 SM-6를 운용 중인데, 종말단계 하층방어 미사일인 SM-6는 요격 가능한 최대 고도가 34㎞에 불과해 기존 SM-3 블록-IB의 최저요격고도 80㎞와 큰 공백이 있었다. SM-3의 최저요격고도가 이처럼 높았던 것은 미사일 앞부분을 덮고 있는 노즈콘(Nose cone) 분리 고도가 80㎞, 즉 중간권(Mesosphere)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중간권과 그 위에 있는 열권은 대기 밀도와 온도가 큰 차이를 보이는데, 구형 SM-3 미사일 유도장치에 쓰이는 적외선 탐색기(Seeker)는 80㎞ 이상 고도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설계됐다. 그런데 신형 블록-IIA는 이 탐색기 작동 고도를 크게 낮춰 노즈콘 분리 고도를 33㎞까지 내리는 데 성공했다. 이는 SM-6 미사일과 중첩 방어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MDA의 요구 때문이었다.
이러한 개량 때문에 SM-3가 40~60㎞ 고도를 비행하는 북한의 신형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없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심지어 블록-IIA는 비행 속도가 마하 13.2까지 빨라져 경기만 일대에서 발사될 경우, 북한 어디든 4분 안에 도달이 가능해 북한 탄도미사일을 북한 상공에서 요격할 수 있는 유일한 미사일이 됐다. 탄도미사일은 상승·중간·종말단계 가운데 상승·중간단계가 가장 느리고, 전체 비행시간 중 상승·중간단계가 가장 길다. 즉 SM-3 블록-IIA가 전력화되면 우리 군은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휴전선을 넘지 못하게 조기 차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현재 도입 중인 신형 이지스함 3척은 BMD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만으로 블록-IIA 장착이 가능하고, 기존 이지스함도 전투체계와 BMD 개량으로 SM-3 블록-IIA 운용 능력을 가질 수 있는데, 이 6척의 SM-3 블록-IIA 운용 플랫폼을 확보하면 우리 군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MD 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북한은 유사시 탄도미사일과 대구경 방사포를 동시에 대량 투발하는 전술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를 조기에 탐지하고, 수백 발이 날아오는 발사체 가운데 어느 것이 핵탄두인지 정확하게 식별하고 대응하려면 위성·정찰기·감청을 통해 북한의 핵탄두 운용 정보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미국과의 공조가 필수다. 그리고 미국의 동북아시아 MD 네트워크는 일본과 연계돼 있다. 1발로 수십, 수백만 국민을 살상할 수 있는 핵미사일을 막기 위해서는 한·미·일 MD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다. 반일 정서 때문에 SM-3 블록-IIA 도입이 불가하다면, 그러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당장 눈앞에 있는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신형 SM-3 도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전략적 이익도 생각해야 한다. 중국이 한·미·일 MD 공조를 반대하며 한국의 SM-3 도입에 비판적인 이유는 이것이 그만큼 중국에 위협적인 무기이기 때문이다. 신형 SM-3를 탑재한 한국의 이지스함이 서해나 남해에 배치되면, 한국은 유사시 서태평양 지역 미군 기지들을 겨냥한 중국의 중거리 탄도미사일은 물론, 미 항모로 날아가는 대함탄도미사일을 상승·중간단계에서 조기 요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이는 대만 유사시는 물론, 미·중 패권 경쟁에서 중국에 심각한 위협 요소가 된다. 한국은 이러한 능력을 협상 카드로 삼아 중국이 자국 연안에 배치한 600~800여 발의 한국 타격용 단거리 탄도미사일 전량 폐기,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중단 압력 행사, 무역 보복 금지 등을 중국에 요구할 수 있다.
신형 SM-3 도입은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는 물론, 재집권할지도 모르는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도 강력한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고 이러한 무기를 도입해 미국의 대중국 전략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는 만큼, 미국에 그에 대한 반대급부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안 이슈인 방위비 분담금 동결을 요구할 수도 있고, 원자력 잠수함 도입이나 자체 핵보유 이야기도 꺼낼 수 있다. 경제·무역 분야에서도 지금보다 훨씬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부디 우리 군이 이번 SM-3 도입 사업 과정에서 중국이나 정치권 일각의 반발 목소리에 휘둘리지 않고, 오로지 국민과 국익만을 생각해 합리적인 판단을 해 주기를 바란다. 군이 그러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우리 국민들도 한목소리로 군에 힘을 모아 주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