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비대위 첫 회의서 '전대 룰'에 말 아낀 친윤계, 속내는

입력
2024.05.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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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태 "국민에 열린 당 돼야"
엄태영 "의견 청취가 중요"
친윤계, 논의 시작되면 입장 낼 듯
대야 관계엔 온건론 강경론 엇갈려

국민의힘의 13일 '황우여 비상대책위원회' 첫 회의에서 전당대회 룰 변경 여부를 두고 구성원들 간 이견이 감지됐다. 수도권과 낙선자를 대표하는 인사들은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뜻을 대놓고 밝혔지만, 친윤석열계는 신중론을 펴거나 말 자체를 아꼈다. 전대 룰은 잠재적 당권 주자들의 유불리는 물론 4·10 총선 참패 이후 당의 혁신 방향이나 당정 관계 재정립과도 연관돼 있다.

김용태 "국민을 향해 열린 당 돼야" vs 엄태영 "의견 청취가 중요"

이날 비대위 회의는 당 상임전국위가 비대위원 임명안을 원안 의결한 직후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렸다. 김용태(경기 포천가평 당선자) 비대위원은 공개 발언에서 “차기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에서 당이 국민을 향해 열려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현재 100%인 당원 투표 비중을 줄이고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반영하자는 요구다.

전주혜(21대 국회 비례대표 의원) 비대위원도 가세했다. 그는 “경선 룰(전대 룰)과 관련해서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이미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께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며 “조속히 경선 룰을 국민들 눈높이에 맞게 개정하고, 또 거기에 맞춰서 조속하게 당대표를 선출하자”고 주장했다. 총선에서 낙선한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이달 초 황 비대위원장과 만나 전대 룰을 ‘당원투표 50%, 일반국민 여론조사 50%’로 고치자고 건의했다.

반면 엄태영(충북 제천단양) 비대위원은 신중론에 가까웠다. 전대 룰에 대해 “가장 중요한 것은 황 위원장 말대로 여러 의견을 잘 청취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황 비대위원장은 "우리 당을 조속히 정상화해 전당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당원과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새 당대표를 선출해 국민께 보여야 한다"고만 언급했다.


친윤계, 말 아꼈지만 논의 시작되면 입장 낼 듯

이날 대부분 비대위원들은 말을 아꼈지만, 16일 회의부터는 전대 룰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펼쳐질 전망이다. 특히 친윤계는 "당대표를 뽑는 선거는 당원만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이 맞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할 공산이 크다. 원래 '당원투표 70%·일반국민 여론조사 30%'였던 전대 룰을 지난해 초 당원투표 100%로 바꾼 것부터 친윤계였다. 여기에 전대 룰에 일반국민 여론조사 반영이 많을수록 비윤계에, 적을수록 친윤계에 유리하다는 평가가 많다. 친윤계 일각에서는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반영하되 그 비율을 낮게 묶어두자는 현실론도 제시되지만, 전반적인 흐름은 '현상 유지'에 가깝다.

전대 룰을 변경할 경우 전당대회 시점이 예정된 7월 초보다 한 달 이상 밀릴 수 있는 점도 친윤계는 경계한다. 전당대회가 늦어질 경우 전당대회 출마를 저울질 중인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패배 책임론이 옅어질 수 있는 것을 견제하려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대야 관계 두고 온건론 강경론 엇갈려

대야(對野) 관계엔 온건론과 강경론이 엇갈렸다. 황 비대위원장은 “야당을 지지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존중하며 경청하겠다”며 ‘협치’를 앞세웠다. 병원 입원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쾌유를 바란다"고도 했다. 반면 유상범(강원 홍천횡성영월평창) 비대위원은 “민주당이 승리의 오만함으로 탄핵을 외치며 일방적으로 정쟁으로 정국을 몰아가는 상황”이라며 일치단결을 외쳤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재선 장동혁 의원을 수석원내대변인으로 임명했다. 장 의원은 한동훈 비대위에서 사무총장을 지내, 한때 한 전 위원장 측근으로 꼽혔다.

이성택 기자
나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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