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00만 달러 주겠다”… AI 전쟁 이기려면 그래야 한다

입력
2024.05.14 04:30
27면


인공지능(AI) 인재 채용 행사차 미국 실리콘밸리를 찾은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훌륭한 인재 영입을 위해서라면 100만 달러 연봉이라도 주겠다”고 했다. LG전자가 AI 인재 유치를 위해 별도 행사를 연 것 자체가 처음이다. 지금 세계 각국이 벌이고 있는 AI 전쟁에서 승패를 가를 핵심은 인재다. 이 경쟁에서 이기려면 백지수표라도 내밀 수 있다는 이런 결연한 자세가 필요하다.

LG전자는 지난 11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우수 인재 채용을 위한 콘퍼런스를 열었다. 고위 임원이 총출동한 행사에는 테슬라 오픈AI 구글 엔비디아 등 현지 빅테크나 스타트업에 재직 중인 AI 전문가 50여 명이 초청됐다. 조 사장은 현지 특파원 간담회에서 “인재들이 원하는 조건을 최대한 받아들일 것”이라며 “나보다 연봉을 많이 받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지난해 조 사장의 연봉은 23억여 원이다.

AI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인 시대이지만, AI 발전 속도에 비해 인재는 턱없이 부족하다. 세계 각국이 인재 유치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하지만 우리나라 AI 인력은 경쟁국에 한참 뒤처져 있다. AI 연구기관인 엘리먼트AI의 ‘글로벌 AI 인재보고’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 세계 AI 전문 인재(47만7,956명) 중 우리나라가 확보한 인력은 0.5%(2,551명)에 불과하다. AI 인재 39.4%가 몰려있는 미국은 물론 인도(15.9%) 영국(7.4%) 중국(4.6%)에도 한참 못 미친다. 주요 30개국 중 22위다.

LG만이 아니라 삼성, SK, 포스코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모두 AI 인재에 목말라 있다. 정말 필요한 인재라면 100만 달러가 아니라 200만, 300만 달러도 줄 수 있다는 유연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 이들에게 눈독을 들이는 세계 각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높은 연봉만이 아니라 지속적인 네트워크 관리 또한 중요할 것이다.

인재 유치가 민간의 몫이라면 육성은 정부의 몫이다. 2027년까지 20만 명 AI 인재를 양성한다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단순히 수치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 그렇고 그런 다수의 AI 인력보다 정말 뛰어난 인재 1, 2명이 더 중요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