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졌던 합성니코틴 담배, 불 붙인 BAT…정부는 규제로 방향 바꾸나

입력
2024.05.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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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T, 비규제 틈타 합성니코틴 출시 검토
경쟁사에 밀린 전자담배 점유율 확대 차원
정부 규제 움직임, 늦장 대응 지적도


글로벌 담배 회사인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가 국내 출시를 검토 중인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합성니코틴)를 두고 정부의 규제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합성니코틴을 일반 담배처럼 다루지 않아 BAT에 진출할 틈을 열어 준 제도적 사각지대를 메우겠다는 것. 하지만 이런 정부의 움직임을 두고 한참 늦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BAT 한국 계열사인 BAT로스만스는 합성니코틴 제품 판매 여부를 따져보고 있다. BAT는 또 다른 액상형 전자담배인 천연니코틴 제품 '뷰즈 고 800' 2종 판매처를 수도권에서 전국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니코틴을 함유한 액상을 기화시켜 흡입하는 형태로 궐련형과는 다르다. 이 중 천연니코틴은 궐련형처럼 연초 잎을 원료로 하고 합성니코틴은 화학 물질로 만들었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2019년 보건복지부가 사용 중단을 강력 권고하면서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당했다. 당시 미국에서 유행한 액상형 전자담배 '쥴' 이용자 중 중증 폐손상 사례들이 발생하면서다. 이에 KT&G가 액상형 전자담배 '릴 베이퍼' 생산을 중단하는 등 국내외 주요 담배 회사는 관련 사업을 접었다.

최근 BAT 행보는 그동안 건강에 해를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액상형 전자담배를 끄려고 한 정부, 업계 입장과 정반대다. 이에 더해 합성니코틴 제품까지 내놓겠다는 구상은 더욱 뒷말을 낳고 있다. BAT가 합성니코틴을 담배 규제 대상으로 두지 않는 국내법의 허점을 파고들려 하고 있어서다. BAT가 합성니코틴 출시를 고려 중인 건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액상형 전자담배 접은 업계, BAT는 거꾸로



정부는 합성니코틴을 담배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담배사업법이 연초를 원료로 만든 것을 담배로 정의해서다. 이에 따라 합성니코틴은 담뱃세 대상에서도 빠지고 지정 소매 판매인만 취급할 수 있는 일반 담배와 달리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다. 담배 경고 문구, 그림을 넣지 않아도 된다.

BAT가 합성니코틴에 관심 갖는 건 전자담배 점유율을 높이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KT&G, 필립모리스 등이 궐련형을 앞세워 주도하고 있는 전자담배 시장을 흔들기 위해 액상형에 집중한다는 얘기다. 정부와 업계는 복지부의 사용 중단 권고 이후 급감했던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가 증가세라고 본다. 특히 담뱃세가 붙지 않아 가격이 저렴한 합성니코틴은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량의 90%를 차지한다고 알려졌다.

흥미로운 부분은 기존 합성니코틴 제품을 생산·취급하던 전자담배 업계가 대기업인 BAT의 진출을 반긴다는 점이다. BAT 진입으로 합성니코틴 규제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BAT의 합성니코틴 제품 출시 이후 영업에 타격을 좀 받더라도 온라인 판매업체, 무인 자판기 등 무분별하게 난립한 시장을 정비하는 게 먼저라고 주장한다.

김도환 전자담배총연합회 상근부회장은 "현재 합성니코틴 시장은 온라인에서 청소년 대리 구매가 벌어지는 등 거의 무법지대"라며 "다른 담배처럼 지정 소매 판매인만 합성니코틴을 팔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사용자 많아, 규제가 차선책"


정부도 합성니코틴 규제 공백을 메우려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려는 분위기다. 당초 정부는 합성니코틴을 담배로 규정하는 데 반대하는 기류였다. 사용 자제 권고까지 내린 액상형 전자담배를 제도권 안으로 들여놓는 건 앞뒤가 맞지 않아서다. 하지만 합성니코틴 사용자가 늘면서 규제를 통한 관리가 사용 자제보다 현실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합성니코틴 규제가 현실화하면 BAT의 전자담배 시장 점유율 확대 구상은 어그러질 수 있다. 담뱃세 부과로 합성니코틴 값이 오르면 궐련형 전자담배에 앞선다고 봤던 가격 경쟁력을 잃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합성니코틴을 선제적으로 규제하지 못한 정부, 정치권을 향해 비판도 나온다. 합성니코틴을 담배에 포함하는 담배사업법 개정 논의는 20대 국회부터 있었지만 속도를 내지 못했다.

정부 관계자는 "사용자가 지난해부터 크게 증가한 합성니코틴을 일반 담배처럼 규제하는 게 현재로선 차선책 같다"며 "합성니코틴 유해성과 관련한 연구 용역을 바탕으로 규제 적용 여부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 입장을 올해 안에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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