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로 촉발된 라인야후 사태 파장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당사자인 네이버가 라인야후 지분 매각 가능성을 열어놓고 소프트뱅크와 협상에 나섰지만 국민적 관심이 쏟아지며 매각 반대 여론이 거세지고 있어서다. 정치권도 상황의 성격 규정, 책임 소재를 두고 공방을 벌이면서 '차분한 협상'을 바랐던 네이버의 전략도 지장을 받게 됐다. 여기에 네이버 노조 측도 처음으로 매각 반대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어졌다.
13일 네이버는 '정중동 행보'를 이어갔다. 네이버 관계자는 "10일 입장문에서 더 나아간 게 없다"며 "(협상 시한이 많이 남아있는데) 기업 간의 협상 상황을 생중계하듯 설명하긴 어렵다"며 조심스러워했다.
네이버 측은 소프트뱅크와의 협상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매각에 나서기로 한 이상 최대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게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많아야 유리한데 지분을 팔아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거세질수록 선택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지닌 라인야후의 가치는 10조 원대로 추산된다. 라인야후의 최대 주주는 지분 64.5%를 보유한 지주사 A홀딩스이고,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A홀딩스의 지분을 50%씩 나눠 갖고 있다. 라인야후의 시가 총액이 약 2조8,400억 엔(약 25조 원)인 것을 감안하면 네이버의 지분 가치는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고려해 10조 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곳곳에서 라인은 한국의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일본에 빼앗겨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네이버는 비즈니스적 관점이 아니라 반일 감정 같은 다른 외부 변수까지 감안해야 하는 상황이 소프트뱅크와의 협상에서 도움이 되지 않을까 봐 걱정한다"고 봤다.
네이버도 일본 정부나 소프트뱅크에 끌려다니며 A홀딩스의 지분을 헐값에 떠넘기는 최악의 상황은 피하고 싶어한다. 네이버가 주주들의 손실을 막기 위해 적극 대응하지 않았다가는 창업자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최수연 대표 등 경영진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 강도가 커지고 있는 점도 또 다른 변수다. 네이버 노조는 이날 처음으로 "라인 계열 구성원과 이들이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에 대한 보호가 최우선이고 이들을 보호하는 최선의 선택은 지분 매각을 하지 않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라인야후가 100% 지분을 보유한 Z인터미디어트(전 라인코퍼레이션)는 일본 외 해외 사업이 핵심인 라인플러스(한국법인)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지분이 일부라도 소프트뱅크에 넘어가면 라인 계열 직원 2,500여 명이 고용 불안에 처할 수 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라인플러스는 14일 직원들에게 직접 상황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결국 네이버가 협상 주도권을 쥐기 위한 지혜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일본 정부는 인공지능(AI)에 대한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AI 패권에 도전하려는 큰 틀의 전략을 짜고 있고 AI 사업을 확대하는 소프트뱅크도 라인의 데이터가 탐이 나서"라며 "네이버 경영진도 당장의 이득이 아니라 AI 패권 다툼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이 어떤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하는지 큰 그림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