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떨리고 무서워요. 눈물만 나와요."
지난해 12월 15일 정부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신고대응센터'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A씨는 본인 명의로 '카드가 발급됐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은 후 "구속영장이 나왔다"는 피싱범에게 속아 2,200만 원을 인출해 자택에서 벌벌 떨고 있던 중이었다. 상담원은 곧장 피싱 범죄라고 알려주고 인근 파출소에 출동을 요청해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A씨는 다음날 상담원에게 "하찮은 일에 마음 써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신고대응센터가 출범 200일을 맞았다. 그간 접수된 신고·제보만 15만 건. 하루 1,000명이 넘는 피싱사기 피해자가 센터의 도움을 받았다. 경찰과 관계부처, 통신사 등 민관의 유기적 협력체계 덕분이다.
경찰청은 13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센터 건물에서 개소 200일을 기념하는 성과보고회를 열었다. 경찰과 금융감독원, 한국인터넷진흥원, 통신3사, 삼성전자 등 통합대응에 참여하는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지난해 10월 4일 운영을 시작한 센터는 최전선에서 '보이스피싱'과 싸우는 통합대응본부라 할 수 있다. 센터 설치 이전에는 범죄는 112에, 피싱 전화번호는 118에, 계좌는 1332에 신고해야 하는 등 민원 체계가 제각각이라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당황한 피해자가 대응 방법을 몰라 피해를 더 키울 때도 있었다. 이에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범정부 통합대응체계 구축을 위해 '보이스피싱 대응 태스크포스(TF)'가 꾸려졌고, 112 통합신고체계로 재편됐다.
개소 후 신고와 제보가 물밀 듯 들어오지만 경찰뿐 아니라 금감원, 인터넷진흥원 소속 상담원이 함께 근무하고 있어 '원스톱' 대응이 가능하다. 통신3사 직원들 역시 상주해 소액결제 및 번호도용문자 차단이 즉시 이뤄지고, 금융권과의 '직통전화'로 계좌지급정지 등 추가피해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손영희 경찰청 행정주사는 "여러 기관이 모여 근무하니 서로의 부족한 점을 알고 개선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실제 올해 3월에는 카드발급 사칭 문자를 받고 피싱범에게 속아 악성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피해자가 센터의 도움을 받아 피해를 미연에 방지했다. "바로 옆에서 도움을 주듯 상담해줘 감사하다"는 민원인의 편지에 직원들은 감동했다. 이은솔 SK텔레콤 매니저는 "스마트폰 조작이 어려운 고령 피해자는 경황이 없어 자동응답시스템(ARS) 안내를 따라가기 어려운데, 센터에서는 통신사 고객센터와 직접 연결이 가능해 즉각 조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경찰청은 삼성전자, 인터넷진흥원과 함께 스마트폰에 피싱 제보 기능을 추가하는 '간편 제보 시스템' 탑재도 추진 중이다. 기존 스팸신고처럼 버튼 하나로 피싱 의심 문자와 통화를 제보해 피해를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경제적 살인에 해당하는 피싱 등 악성사기에는 민관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면서 "사전적·통합적 대응체계 구축을 위해 다중피해사기방지법이 제정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