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지난해 북한 조선노동당의 외곽단체인 조선직업총동맹(직맹)의 연대사를 공개한 민주노총 홈페이지를 제대로 차단하지 않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대해 직원 두 명의 징계를 요청했다.
감사원은 13일 방심위의 부적절한 업무처리와 관련한 이 같은 감사 결과를 내놨다. 앞선 북한 직맹은 2022년 6·15 남북공동선언 발표 22주년을 맞아 남측위원회와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에 연대사를 보냈다. 연대사는 "현실은 미국의 반공화국 적대시 정책과 반통일 보수 세력의 외세의존, 동족대결 광기를 제압하지 않고서는 우리 민족의 자주적 통일과 조선반도의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북남선언들을 성과적으로 추진해나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국정원은 이에 지난해 12월 연대사가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며, 사이트 접속 차단(유통정지)을 요청했다.
그러나 통신심의소위원회는 '의결 보류' 결론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방심위가 자료 등을 의도적으로 부실하게 준비했다는 게 감사원 판단이다. 그해 9월 국정원이 재차 삭제 심의를 요청하고 나서야 뒤늦게 삭제 결정이 내려졌다.
방심위는 지난해 4월 북한 사이트를 차단해 달라는 국정원 심의 요청도 각하했다. 2개 이동통신사의 통신망을 통해서는 접속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해당 사이트는 SKT통신사 통신망을 통해서는 접속이 가능했다. 감사원은 방심위 직원이 이를 확인하지 않아 사이트가 10개월 동안이나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방심위에 관련 직원들에 대한 경징계 이상 징계를 요청하는 한편, 관계 기관에서 제공한 증거 자료가 누락되는 일이 없게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주의를 요구했다.
이번 감사에서는 방심위원들이 2년간 재직·활동한 적이 있는 단체에서 민원을 제기한 건수가 2022년 5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2,300여 건에 이르고, 이 중 400건 가까이가 회의에 상정·처리된 사실도 밝혀졌다. 감사원은 심의위원들이 민원인 관련 정보를 제공받아 직무 관련과 사적 이해관계 여부를 스스로 판단해 회피 신청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또 방송 민원을 처리하는 데 걸리는 기간을 정하지 않고 민원인에게 연장 사실을 통지할 때 그 이유와 처리 완료 예정일 등도 통지하지 않아, 민원처리법에 따라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주의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