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첨단 인공지능(AI)의 위험성을 다루기 위해 정식으로 마주 앉는다. 양국의 AI 관련 양자 회담은 처음이다. 주로 미국이 중국에 AI를 패권 경쟁에 악용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모양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사전 브리핑에서 “미국과 중국 대표단이 1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첨단 AI 관련 위험과 안전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국은 어떤 결과물을 도출하는 것보다는 AI의 기술적인 위험에 관해 의견을 교환하고 각자 관심 분야에 대해 직접 소통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이 당국자는 소개했다. 회담 뒤 공동 성명 같은 합의문은 없을 것으로 전해졌다.
공세는 미국이 취할 것으로 보인다. 당국자는 “중국은 AI 개발을 국가 우선순위 과제로 정해 미국 및 동맹·우방국의 국가 안보를 약화시킬 수 있는 방식으로 역량을 배치해 왔고,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표적 조치를 취해 온 것은 이런 위험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며 “중국의 AI 사용에 대한 우려를 재차 강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이 ‘딥페이크(AI로 만든 영상·이미지·음성 조작물)’를 이용한 중국의 선거 개입이나 해킹 시도를 단속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에 맞서 항의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당국자는 “기술 보호 정책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며 양보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다만 “이런 문제들을 소통할 채널을 열어 둘 필요는 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미국이 AI 규제 원칙·규범을 설정하는 데 주도권을 쥐는 것을 인정하라고 중국을 압박한다는 게 미국 방침이다. 실제 지금껏 AI 규제 방안 마련에 앞장서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지난해 10월 만든 행정명령을 같은 해 11월 영국에서 열린 ‘AI 안전 정상회의’ 의제의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고, 올 3월에는 유엔총회의 AI 관련 결의안 채택도 선도했다. 다른 당국자는 “우리는 기술적으로 엄격하고 가치에 의해 추동되는 글로벌 AI 위험·안전 프레임워크 구축을 위해 적극 외교를 벌여 왔다”며 “미국의 접근 방식이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은 국장급 실무 대화 성격이다. 타룬 차브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기술·국가안보 선임보좌관과 세스 센터 국무부 핵심·신흥기술특사 대행이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에서는 외교부와 거시경제 주무 부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국장급 인사가 대표로 나올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 미중 정상회담 때 AI 위험 관리 양자 대화 계획이 발표됐고, 올 1월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태국 방콕에서 만나 봄에 개최할 계획에 합의했다. 또 다른 미국 행정부 당국자는 “치열한 경쟁이 오산과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지 않게 하려면 치열한 외교가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