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채상병 특별검사법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거부권 행사 자체가 탄핵 사유라는 야권의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특검 수용을 촉구하는 차원이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야권에서 윤 대통령 탄핵을 명시적으로 거론하는 등 발언의 수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13일 오전 당선자 총회를 마무리한 뒤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채상병 특검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그 자체가 헌법적 권리를 대통령 본인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사적으로 남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대한 헌법위반 소지가 있다"며 "좀 더 진전된 행동을 준비하기로 (당선자 총회에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진전된 행동'에 대해서 신 대변인은 곧장 탄핵을 입에 올렸다. 그는 "중대한 헌법 위반이라는 건 탄핵 사유 중에 하나가 된다는 뜻"이라고 콕 집어 탄핵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거부권 행사 자체가 중대한 헌법 위반이고,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련 법리를 추가적으로 검토하고 추가적인 정치 행동을 준비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신 대변인은 거부권 행사 자체가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통령이 김건희특검법, 채상병특검법 관련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대통령이 수사대상이 될 개연성이 높지 않느냐. 대통령이 자신과 가족을 위해 (거부권 행사를 통해) 사적으로 남용한 점이 중대한 헌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추가적인 법리 검토와 추가적인 정치 행동을 숙의하기로 했다"고 탄핵 추진 의사를 재확인했다.
이 같은 발언은 당초 조국혁신당의 스탠스보다 한 단계 높아진 수위다. 조국 대표는 지난 3월 25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개입 의혹 관련, "대통령실 개입이 확인된다면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원래 수사팀의 보고대로 결재를 해놓고 대통령실에서 전화를 받고 뒤바꿨다"는 윗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그 지시를 한 사람이 대통령과 관련 있음이 확인된다면 (분명한) 탄핵 사유"라는 설명이었다.
민주당도 '탄핵 대열'에 가세했다. 원내정책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는 김용민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나와 윤 대통령이 채상병 특검을 수용할 것을 촉구하며 "국민께서 대통령이 관여된 사건 수사를 왜 못 하게 하느냐, 도저히 참을 수 없다고 판단하면 탄핵·정권 조기 종료에 대한 구체적인 여러 가지 방안들에 대해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이 사건에, 범죄에 연루됐다면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는 헌법상 일반적인 주장"이라며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 자체가 위헌적인 발상이다. 그 자체가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