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기업들이 공장을 짓기 위해 조성한 녹지에서 중금속이 검출돼 논란이 일고 있지만 대책 마련은 차일피일 늦어지고 있다. 여수시와 녹지를 조성한 기업들이 책임 공방만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여수시에 따르면 여수산단 내 업체들은 여수산단 인근 주삼동 일원에 6만2,183㎡ 규모 녹지를 조성했다. 지난 2013년 당시 공장 부지 부족에 허덕이던 기업들이 정부에 여수산단 내 녹지의 용도 변경을 요구했고,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는 대신 인근 지역에 새 녹지 공간 조성토록 결정했다. 이에 롯데케미칼, 여천NCC, GS칼텍스, DL케미칼, 한화솔루션, 그린생명과학 등 6개 기업은 지난 2017년 11월부터 여수산단 인근에 대체 녹지 조성에 착수, 2022년 1구간 공사를 완료하고 여수시에 기부 채납했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산단 내 녹지에서 토사 28만8,000㎥를 퍼냈고, 이를 대체 녹지 조성에 활용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이들 기업이 기부채납한 대체녹지 1구간에서 다량의 중금속이 검출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토양 오염 조사 결과, 4m 깊이의 심토층에서 비소가 리터당 최대 108.99㎎, 불소는 최대 1,105㎎이 검출됐다. 법적 기준치는 비소는 리터당 25㎎, 불소는 400㎎이다. 발암물질인 비소·불소가 기준치의 3∼4배를 초과한 셈이다. 그러나 기업들은 2015년 진행된 토양오염조사 자료를 근거로 ‘반입된 흙에 문제가 없었다’고 맞서고 있다. 이들은 토양환경 연구기관인 그린환경연구원에 의뢰해 사업지구 6곳에서 2015년 1월과 6월 두 차례 환경영향평가를 위한 주변 토양에 대한 오염도 조사를 실시했다. 비소와 불소를 포함해 납, 카드뮴, 아연, 수은, 등 21개 항목에 대한 조사 결과, 비소는 0.333~0.707mg/kg, 불소 162.067~200.449mg/kg로 기준치 이하로 검출됐고, 나머지 조사 항목들도 기준치를 밑돌거나 불검출 됐다.
이처럼 여수시와 기업이 책임 공방을 벌이는 사이 중금속 오염수는 여전히 인근 소하천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기업들은 지난달 1구간에 대한 토양 오염 정밀조사를 합의했지만, 기업별로 개별적인 법률 검토를 다시 진행하면서 여전히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기부채납이 이뤄지지 않은 2~3구간은 조사 대상도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여수시 역시 중금속 침출수가 흘러나오고 있는 1구간에 대해선 방수포와 펌프를 설치해 오염수를 퍼내고 있지만, 같은 흙을 사용해 중금속 검출 가능성이 높은 2구간(1만1,829㎡)과 3구간(1만8,604㎡)에 대해선 "기업 측이 아직 기부채납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수시 책임이 아니"라며 아예 손을 놓고 있다. 여수시 관계자는 "2~3구간에 대해선 1구간 정밀조사 이후 기부채납이 이뤄질 것"이라며 "기부채납 시 토양 오염도 검사를 요구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토양 오염도 정밀조사는 통상적으로 6개월~1년이 소요되기 때문에 2~3구간에 대한 조사와 대책 마련은 빠르면 내년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강흥순 여수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당장 다음 달부터 장마 기간에 들어갈 예정인데 여수시가 기업 눈치만 보느라 대책 마련을 뒷전이어서 여수 앞바다에 대규모 중금속 오염수가 흘러들어 갈 위기에 직면했다"며 "이미 1구간에서 오염이 확인됐는데도 같은 흙을 사용한 2~3구간은 여수시 소유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방치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조치"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