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올백 전달' 목사 "김 여사가 안 받았다면 아무 일 없었을 것"

입력
2024.05.13 11:44
최재영, 검찰 출석해 김 여사 책임 강조
"이 사건의 본질은 김 여사의 국정농단"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건넨 최재영 목사가 13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관련 피의자에 대한 검찰의 첫 조사다. 그는 촬영 영상 원본 등 검찰이 요구한 자료들을 제출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최 목사는 이날 오전 9시 18분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해 "수사에 잘 협조하고 성실히 조사에 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의 본질은 디올 가방을 수수했느니, 샤넬 화장품을 수수했느니가 아니다"며 "김 여사가 대통령 권력을 자신에게 이원화·사유화한 것이고 국정을 농단하며 인사에 개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함정 취재'라는 비판에 대해 그는 "언더커버(위장 잠입)"라고 주장했다. 최 목사는 "국정을 책임진 대통령과 배우자는 결벽에 가까울 정도로 청렴해야하지만 (김 여사는) 그렇지 못하다"며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어떤 분인지 알기에 그들의 실체를 조금이나마 국민들에게 알리려 언더커버 형식으로 취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무 것도 받지 않았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최 목사가 이날 검찰에 여러 자료들을 제출할지도 관심이 집중됐지만, 그는 "오늘 아무 것도 제출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앞서 최 목사가 촬영한 영상과 김 여사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와 촬영 영상 원본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보도 당시 담당 취재기자에게 모든 영상 원본과 카카오톡 대화 원본 등 자료들을 다 넘겨줬다"며 "소지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김 여사와 접견 후 작성했다는 6쪽짜리 문서에 대해서도 "기자들에게 방송용으로 작성해준 것 뿐이지 메모장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김승호)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청탁금지법 위반, 주거침입,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 혐의로 최 목사를 조사했다. 조사를 맡은 김경목 부부장검사는 그를 상대로 명품 가방 전달 경위와 몰래카메라 촬영 경위 등을 캐묻고, 해당 가방과 윤 대통령의 직무 사이 관련성을 면밀히 확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최 목사는 2022년 9월 13일 김 여사를 서울 서초구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만나 300만원 상당의 명품 가방을 전달하면서 손목시계에 내장된 몰래카메라로 영상을 촬영했다. 인터넷매체 서울의소리는 지난해 11월 이 영상을 공개하며 윤 대통령 부부를 청탁금지법 위반과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명품 가방과 몰래카메라가 모두 서울의소리 측이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부 시민단체가 '함정 취재'라며 최 목사를 주거침입 등 혐의로 맞고발했다.

강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