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당관세로 물가 잡는다"는 윤 대통령... "가격 인하 효과 글쎄"

입력
2024.05.1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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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역대 최대 9번 할당관세 이어
수입과일 29종에+배추,김, 당근까지
"효과 불분명... 단기책으로만 써야"

'물가와의 전쟁'을 강조한 윤석열 정부가 또다시 재정을 풀어 물가를 잡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실제 소비자 가격을 낮추는 데는 효과가 크지 않고, 세수 감소 속에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9일 열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장바구니 물가는 몇백억 원 정도만 투입해 할인 지원하고, 수입품 할당관세를 잘 운영하면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소비쿠폰 등 재정을 직접 투입해 가격을 낮추고, 할당관세를 확대해 물가를 잡겠다는 얘기다. 할당관세는 수입하는 물품에 붙는 세금(통상 20~30% 수준)을 0%로 면제해준다는 뜻이다.

기자회견 바로 다음 날 정부는 할당관세 확대 방침을 밝혔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10일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배추·포도· 코코아(수입전량), 양배추(6,000톤), 당근(4만 톤), 마른 김(700톤), 조미김(125톤) 7종에 대해 할당관세를 새로 적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당초 올해 정부의 할당관세 계획은 총 77개 품목, 9,670억 원 수준이었다. 이 중 농산물 품목은 옥수수, 대두 등 12개뿐이었다. 하지만 과일과 농산물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자 정부는 긴급할당관세 품목을 대폭 늘렸다. 1월에는 바나나 등 6가지 과일에, 3월에는 오렌지와 파인애플 등 총 29개 수입과일로 확대했다. 이미 계획보다 2배 많은 품목을 할당관세 품목으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는데, 윤 대통령의 "물가 관리 총력" 언급 직후 7개 품목을 더한 것이다.

문제는 할당관세의 효과다. ①할당관세는 해당 품목을 수입하는 업체에 관세를 면제해 주는 것이어서, 소비자가격 인하까지 시간이 걸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작성한 '2022년 할당관세 품목별 물가안정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최종재 1% 인하 시→소비자가격 인하효과'는 소고기의 경우 5개월, 닭고기의 경우 7개월 정도 걸렸다. 최종재에 영향을 끼치는 비율(전가율)도 소고기는 마이너스(-)0.12%, 닭고기는 -0.29% 등으로 크지 않았다. 수입업체가 받은 할당관세 혜택만큼 최종 소비자 판매 가격을 내리지 않으면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얘기다.

세수 감소도 부담이다. 정부는 작년에도 역대 최대인 9번 긴급 할당관세를 지원했다. 지원 규모는 2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지난해 정부의 관세 수입은 7조3,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3조 원(-29.4%)이 덜 걷혔다. 다만 기재부 관계자는 "관세가 덜 걷힌 건 할당관세 탓만은 아니다"며 "예컨대 할당관세를 통해 새로 수입하게 돼 되레 세수가 늘어나는 요인도 생긴다"고 말했다.

지속하기 어려운 단기 대책이라는 점도 문제다. 할당관세 지원이 끝나면, 가격은 다시 뛸 수밖에 없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과 교수는 "할당관세는 국내에 수요가 많은데 공급이 부족한 경우에 한정해 단기적으로 쓰는 용도"라며 "지금처럼 여러 농산물과 과일에 무분별하게 쓰면 소탐대실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 조소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