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증권사 1분기 실적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에 대비한 충당금 적립이 추후 실적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날까지 잠정 실적을 발표한 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KB·하나·신한투자·키움·대신증권(8개 사)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4,277억 원으로 나타났다. 전기 대비 흑자 전환했고, 지난해 1분기 대비로는 12.7% 성장했다.
'역대급 실적'을 낸 곳도 나왔다. 한국투자증권은 당기순이익(3,687억 원·이하 금액만)이 전년 대비 40.7% 뛰면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NH투자증권(2,255억 원)은 22.4% 성장하며 11분기 만에 최대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시세조종 사건에 휘말렸던 '리테일(소매금융) 강자' 키움증권(2,448억 원)도 예상을 웃도는 실적으로 주목받았다. 세 증권사는 주식·채권 발행 등 기업금융(IB) 수익도 증가했다.
코스피·코스닥 거래대금이 연일 20조 원을 웃도는 등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주식거래 중개(브로커리지)를 중심으로 실적이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 초 '밸류업' 프로그램, 금리 인하 기대 등 다양한 이벤트로 전반적인 투자 심리가 개선됐다"며 "외화 거래대금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브로커리지 실적 증가를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2분기에도 브로커리지와 IB를 중심으로 실적이 양호할 것이란 예상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부동산 PF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충당금 추가 적립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의도 나온다. PF 사업성 평가 기준을 3단계(양호-보통-악화 우려)에서 4단계(양호-보통-악화 우려-회수 의문)로 수정할 것으로 알려지는데, 회수 의문 사업장이 재구조화(대출 만기 변경, 사업 용도 변경 등)하거나 매각된다면 대출을 내준 증권사의 손실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공문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증권사 22곳 중 12곳의 중후순위 (PF 대출) 비중이 (자기자본 대비) 70% 이상이고, 11곳의 브리지론 비중은 30% 이상으로 나타난다"며 "증권사의 고위험 PF 대출 비중이 크다"고 분석했다.
충당금 추가 적립은 증권사 실적에 악재다. 지난해 4분기 10대 증권사(자기자본 기준) 중 6곳이 부동산 관련 충당금으로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엔 하이투자증권이 추가 충당금 적립으로 부진했고, 하나증권은 PF 관련 자산건전성 우려로 신용등급 전망(나이스신용평가)이 하향 조정됐다. 미래에셋증권은 해외 상업용 부동산 손실로 타격을 입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