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 말기 판정을 받아 반려견을 유기한다는 한 견주의 사연이 전해졌다. 반려견은 동물보호단체가 구조해 보호 중이다.
동물보호단체 엘씨케이디(LCKD)는 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경기 성남시 태평동 탄천 인근 공영주차장에서 편지와 함께 발견된 유기견 '모찌'의 사진을 올렸다. 모찌 옆에는 방석, 사료 한 포대 등 짐도 놓여 있었다. 단체에 따르면 모찌는 2017년생 믹스견종 암컷으로 지난달 29일 시 보호소에 입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견주 A씨는 4장 분량의 편지에서 모찌를 유기하는 이유를 밝혔다. A씨는 "5년 전 가족들을 교통사고로 먼저 떠나보낸 뒤 삶이 힘들어서 놓고 싶을 때도 모찌를 보며 버텨왔다"며 "가족을 잃고 지옥 같던 제 삶에 유일한 기쁨이자 행복이었던 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먼저 보낸 가족들 몫까지 끝까지 품에 안고 지켜주고자 다짐했는데, 제가 위암 말기에 이미 (암세포가) 다른 곳까지 전이가 되어 시한부 판정을 받아 이 아이보다 먼저 가야 한다더라"고 적었다.
그는 "혼자 남을 모찌가 눈에 밟혀 키워주실 분을 몇 달간 찾아봤으나 아무도 없었다"며 "저 없는 집에서 저만 기다리다 굶어죽는 게 아닌 새로운 가족을 만나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두고 간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끝까지 책임지지 못한 못난 가족이라 죄송하다"며 "모찌만큼은 평온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보듬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A씨는 편지에 모찌의 건강 상태와 병력, 성격, 좋아하는 음식 등 상세한 정보도 빼곡히 기록했다. 마지막으로 모찌를 향해 짧은 편지도 남겼다. 그는 "사랑하는 모찌야. 살아야 한다, 꼭 살아야 해. 말 잘 듣고. 사랑받으며 건강하고 행복하게, 알았지? 사랑해. 우리 딸"이라고 썼다.
LCKD는 "보호소에 입소한 아이는 공고가 끝나도록 바뀐 환경이나 가족과의 이별로 인해 마음의 문조차 열지 않고 있기에 어떤 선택이 기다릴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며 "이 아이에게도 기회가 필요하다"고 도움을 호소했다.
해당 글은 인스타그램에서 1만2,000개가 넘는 '좋아요' 수를 기록했다. 누리꾼들은 "견주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꼈을지 감히 상상도 못 하겠다", "부디 마지막 가족이 생기길 기도한다" 등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