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장에서 사육하던 반려견을 돌망치로 때려 죽인 카페 주인이 처벌을 받은 뒤에도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법의 허점을 이용해 영업을 이어가는 행태에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서울 마포구의 한 동물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지난해 5월, 동물보호법, 동물원수족관법 위반 혐의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 복역한 인물입니다. 그는 자신의 영업장에서 키우던 반려견 ‘뚠이’를 망치로 폭행해 죽였습니다. 이 같은 사실은 영업장 내 설치된 CCTV에 모두 촬영됐고, SBS ‘TV동물농장’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이후 구속 상태에서 진행된 재판에서도 법원은 A씨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습니다. 법원은 특히 “A씨는 ‘개가 죽지 않았다’고 허위 주장을 하며 제보자를 비난하는 등 범행 이후 정황이 좋지 않다”고 언급하며 징역 10개월에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A씨는 지난해 12월 만기 출소했지만, 여전히 그는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동물학대 사건 이후 A씨 영업장에서 키우던 개와 고양이 등 일부 반려동물이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긴급격리조치를 받았습니다. 이 동물들은 현재 마포구의 의뢰를 받은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가 보호하고 있는데, A씨가 이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겁니다. 지난달, 서울행정법원은 A씨가 마포구를 상대로 제기한 동물 격리조치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마포구의 조치는 절차상, 실체상 위법하지 않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A씨가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입니다.
법정 공방을 통해 A씨가 동물을 학대하고, 동물에게 적절한 환경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여러 번 확인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는 지금까지도 같은 자리에서 여전히 영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포털 사이트에는 A씨 업체 정보가 게재돼 있고, 마케팅 업체를 통한 블로그 방문 후기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A씨의 영업은 법적인 허점을 이용한 편법 운영에 가깝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현행 야생생물법은 동물원, 수족관이 아닌 곳에서 라쿤과 미어캣 등 포유류 야생동물을 전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보유 신고를 하면 2027년까지 유예기간이 적용돼 전시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이 기간 안에 영업자는 동물을 다른 곳으로 보내거나, 동물원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A씨는 신고 절차를 마무리해 현재 유예기간 동안 야생동물 전시가 가능한 상태입니다.
문제는 A씨가 동물원수족관법상 동물원 허가를 받을 수 없는 인물이라는 점입니다.
동물보호법 10조를 위반한 A씨의 처벌 집행은 지난해 12월 종료됐습니다. 즉, 허가 요건을 갖춘다 해도 A씨는 2028년까지 동물원 허가를 받을 수 없습니다. A씨에게 남은 건 라쿤과 미어캣 등 사육 금지 대상 동물들을 다른 곳으로 보내는 방법뿐입니다.
그렇다면 사육이 금지된 동물 이외에 다른 동물들을 전시하는 건 괜찮을까요? A씨의 업장에는 라쿤과 미어캣 외에도 페럿과 고양이 등이 함께 전시돼 있습니다. 이런 동물들을 카페에서 영업 목적으로 전시하려면 동물보호법에 따라 ‘동물전시업’ 등록을 해야 합니다. 만일 미등록 영업을 할 경우 형사처벌은 물론이고 영업장 폐쇄도 가능합니다. 그런데,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에 올라와 있는 동물전시업장 중 A씨의 업체는 없습니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A씨는 애초에 동물전시업자로 등록할 수 없습니다. 동물학대로 처벌받은 A씨는 동물영업자 등록이 5년간 제한됩니다. 그럼에도 A씨의 영업을 제지할 수 없는 이유는 ‘개체 수’였습니다.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영업자 소유의 5마리 이상의 반려동물을 전시할 때 동물전시업 등록대상에 해당합니다. A씨는 ‘전시하고 있는 반려동물(고양이, 페럿)이 5마리가 되지 않으므로 동물전시업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처럼 A씨는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 가는 방법을 통해 영업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관련 기관들은 현행법상 ‘손 쓸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A씨의 야생동물 사육 신고를 받은 서울시는 “법에서 신고를 받으면 안 된다는 결격사유가 따로 없는 이상, 신고하면 받아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정부의 주무 부처인 환경부 관계자도 “신고는 동물원과 수족관 외의 시설에서 야생동물을 얼마나 키우는지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며 “신고의 목적은 야생동물의 개체 수 관리를 위한 것이니만큼 불법의 소지가 있는 시설이라고 해서 안 받을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즉, 신고는 야생동물을 음지에서 키우는 행태를 양성화하는 작업이라는 뜻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A씨가 유예기간 동안 계속 야생동물과 반려동물을 동원해 영업을 지속하는 게 정당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동물자유연대 송지성 위기동물대응팀장은 “이미 동물보호법, 동물원수족관법을 수차례 어긴 사람이 실질적으로 동물을 이용해 영업을 했을 때, 동물들이 받을 피해를 생각하면 지금 상황이 아이러니하다”고 꼬집었습니다.
이런 편법 영업이 가능한 것은, 근본적으로는 동물학대범이 동물을 사육하게 용인하는 법의 허점이 존재해서입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이형주 대표는 “상식적으로 A씨는 동물을 사육할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인데도, 현행법상 사육을 막을 방법이 없다”며 “정상적으로 동물을 돌볼 능력이 안 되는 사람이 동물로 이득을 보게 하는 구조”라며 동물보호법이 제 기능을 못하는 현실을 지적했습니다. ‘학대범 사육 제한’ 조항은 과거 동물보호법 개정 당시 논의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법무부의 반대 논리에 부딪혀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환경부 관계자도 “(동물카페에) 유예기간을 4년이나 주는 게 옳으냐는 지적이 있지만, 살아 있는 동물을 안전하게 정리하는 데 6개월, 1년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유예기간보다는 법의 허점을 이용한 A씨와 같은 사람이 동물을 사육하도록 내버려둘 수밖에 없는 현실이 문제”라며 입법부에서 관련 법 개정이 이뤄지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