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연인을 살해한 20대 의대생의 신상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범행 특성상 가해자의 신원을 밝히면, 사망한 피해자와 유족이 2차 가해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9일 서울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은 살인 혐의로 구속된 의대생 최모(25)씨의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지 않는 방향으로 논의를 마쳤다. 경찰 관계자는 "현행법상 신상정보 공개 대상을 판단할 때는 피해자 측의 입장 등 제반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며 "유족의 뜻과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우려 등을 감안할 때, 신상정보 공개는 하지 않는 것으로 논의를 정리 중"이라고 말했다.
특정강력범죄처벌특례법에 따르면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사건이거나 △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을 위해 필요할 때 등 피의자의 얼굴, 성명 및 나이 등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최근엔 수원지검 신상정보공개위가 이별을 통보한 연인과 그 모친에게 흉기를 휘둘러 여자친구를 숨지게 한 김레아(26)의 신상을 이 기준에 따라 공개했다.
최씨는 6일 오후 5시쯤 서초구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동갑내기 여자친구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범행 직후 미리 챙겨온 옷을 갈아 입고, 입었던 옷은 가방에 넣어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범행을 숨기기 위해 환복했을 수 있다는 점, 최씨가 범행 2시간 전 경기 화성의 한 대형마트에서 흉기를 미리 구입한 점 등을 토대로 계획범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최씨를 상대로 사이코패스 진단(PCR-L) 및 폭력성향 검사 등을 실시하기 위해 프로파일러 면담을 실시한다. 최씨가 동의할 경우 10일 유치장에서 면담을 진행하고, 면담 후 진술 분석을 거쳐 사이코패스 진단검사가 필요한지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