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을 하시나요? 주로 자산가들이 사망했을 때 이런 이야기가 많이 들립니다. 자산이 아무리 많아도 유한한 인생이기에 쓸 수 있는 돈, 소비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편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속담도 있습니다. 다리가 긴 황새를 다리 짧은 뱁새가 따라잡으려면 가랑이가 찢어져도 어렵겠지요. 각자 능력에 맞는 한계가 있는데 이를 무시하면 낭패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현재 소득을 무시하고 남들이 다 한다고 쫓아 소비하다가 재정파탄에 이르는 상황에 비유해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소비지출은 자산관리의 중요한 요소이고, 보유자산이 부족하다면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무조건 지나치게 아끼는 것도, 과하게 소비하는 것도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소득과 자산수준에 맞는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추구합니다. 평균수명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유한한 인생에서 어떻게 균형 잡힌 소비를 하며 풍요롭게 살 수 있을까요? 최근 가계지출동향을 살펴보고 소비를 적정하게 하고 있는지 함께 점검해 보시지요.
2023년 전국 가구당 월평균 가계지출은 381만 원, 이 중 소비지출이 73.3%(279만 원), 비소비지출은 26.7%(102만 원)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근로자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306만 원으로 근로자외가구(237만 원)보다 30%(29.3%) 가까이 더 많이 소비하고 있었습니다. 월급과 같은 규칙적인 현금흐름은 소비지출에 상당히 많은 영향을 주는 요소입니다. 은퇴 이후 소비생활을 위해 연금이 좋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소비지출을 항목별로 살펴보면 음식·숙박(15.3%), 식료품·비주류음료(14.2%), 교통(12.2%), 주거·수도·광열(11.8%)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2021년에는 식료품·비주류음료가 비중이 가장 높았는데 그동안 외식에 대한 수요 증가와 비용 상승이 맞물리면서 음식·숙박이 가장 높은 항목으로 바뀌었습니다. 전통적인 생활의 기본요소로 의식주를 많이 떠올리는데요, 지출 구성을 보면 이동이 빈번한 현대사회에서는 의류보다 교통이 주요 항목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연령대별로는 40대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366만 원)이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다음으로 50대 가구(335만 원), 30대 이하 가구(262만 원) 순이었습니다. 가구원 수의 변화까지 반영된 소비지출의 정점이 40대 가구임을 알 수 있습니다.
주요 지출항목별로 살펴보면 음식·숙박은 60대 이상 가구를 제외하고 전 연령대에서 월 50만 원 넘게 많은 지출을 하는 항목입니다. 식료품 등도 30대 이하 가구를 제외하고 월 40만 원 넘는 금액을 사용하는 높은 비중을 보입니다. 교통비와 통신비는 40, 50대에서 많이 지출하다 60대부터 급격하게 떨어지는 모습으로 활동성에 영향을 많이 받는 모습입니다.
한편 자녀 성장에 따른 교육비 지출은 40대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각 연령대별로 많이 사용하는 항목들이 있는 것처럼 사람마다 많이 지출하는 비용들이 있습니다. 별 생각 없이 그냥 지출하지 말고 해당 비용을 절약하는 방향으로 소비전략을 세워가며 사용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소득구간별 월평균 소비지출을 살펴보면 100만 원 미만 가구는 109만 원이고, 700만 원 이상 가구는 474만 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소득이 증가할수록 소비지출 금액이 함께 증가하는 모습이나 소득 대비 지출비율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소비지출에 일정 수준 한계효용 법칙이 작용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소비지출 항목 중 비중이 높은 교통비(12.2%)는 월평균 34만 원을 지출하고 있는데요. 교통비 비중이 높게 나오는 이유는 자동차 구입 및 유지비용 등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소득구간에 걸쳐 교통비 금액과 지출비중이 함께 늘어나는 뚜렷한 양의 상관관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500만~600만 원 소득구간부터 교통비의 비중이 급격하게 상승하는데, 소득증가에 따라 차량구입 비용이 증가한 결과로 추정됩니다.
통신비 또한 과거와 달리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으로 가구당 월평균 12만8,000원(5.4%)을 지출하고 있습니다. 소득구간별로는 소득 700만 원 이상 구간의 통신비 지출비중이 가장 낮고, 소득 300만~400만 원 구간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 중산층 이하 계층에서 한층 더 부담되는 비용입니다.
소비에 대한 가치관과 성향은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과소비를 단정적으로 평가할 수 없습니다. 단순하게 이론적인 관점에서 과소비 여부를 점검해 보고 참고용으로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소비지출을 처분가능소득으로 나눈 (과)소비지수로 과소비 여부를 쉽게 판별해볼 수 있는데요.
2023년 기준 우리나라 평균적인 소비지수는 0.705로 과소비(0.7) 수준입니다. 30대 이하 가구주도 0.698로 과소비나 마찬가지입니다. 40대는 소비지출의 정점인 만큼 0.752로 소득 대비 가장 많은 지출을 하고 있었습니다. 50대에 지수가 0.698로 다시 떨어지고, 60대 이상 가구에서는 소득과 지출이 함께 줄면서 0.677로 소폭 낮아지나 역시 과소비에 가까운 수준입니다. 전 연령대에 걸쳐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적절한 지출 통제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효율적인 지출관리가 될 수 있는 소비전략으로 다음과 같은 3가지 행동강령과 5가지 원칙을 제안합니다.
먼저 3강입니다. 첫째, 가구 소득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에 맞게 예산 수립 후 계획적으로 지출합니다. 자연스럽게 저축과 투자금액 확보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둘째, 필수생활비가 아니라면 실행 전 꼭 필요한 지출인지 심사숙고합니다. 일상생활비가 아니라면 해당 지출이 필요한 이유를 세 가지만 찾아봅시다. 충동구매가 예방될 수 있습니다. 셋째, 성과를 주기적으로 분석해 부족함은 보완하고, 목표달성 시에는 적절한 보상을 해줍니다. 무조건적인 절약보다는 합리적인 소비의 즐거움이라는 동기를 부여하면서 지속가능한 지출관리를 하시기 바랍니다.
다음은 연령대에 따른 5가지 소비 원칙입니다. 첫째, 20~30대에는 주거비 효율성을 개선해야 합니다. 고정지출은 적을수록 좋습니다. 혼자 사는 것도 괜찮지만 부모나 친구·지인 등과 동거를 통해 주거비 부담을 줄여봅시다. 둘째, 30~40대에는 차량구입에 대한 눈높이를 최대한 낮추시기 바랍니다. 차량구입으로 인한 과도한 교통비 지출을 예방하려면 신차 구입 시기를 미루거나 눈높이를 낮추어 구입하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셋째, 40~50대에는 자녀교육비 지출을 잘 통제합시다. 무리한 자녀교육비 지출은 노후준비에 최대 방해요소입니다. 적절하게 통제하되, 일정기간을 두고 미리 준비하는 방법이 효율적입니다. 넷째, 통신비가 적정수준인지 점검하고 관리합니다. 과거와 달리 통신비가 필수인 시대이기는 합니다만 찾아보면 아낄 수 있는 방법은 많습니다. 불필요한 지출이 되지 않도록 사용패턴을 점검하고 그에 맞는 요금제를 사용합시다. 너무 잦은 주기로 통신기기를 교체하는 것도 통신비 증가 요인이니 주의해야 합니다.
다섯째, 비소비지출도 최대한 줄여봅시다. 절세금융상품을 활용하면 세금과 같은 비소비지출도 절약이 가능합니다. 종잣돈을 모으기 위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나 노후를 위한 연금저축·개인형퇴직연금(IRP)을 활용하면 자산증식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자산관리의 첫 단추, 소비를 잘 관리하면 부자가 될 가능성이 올라갑니다.
김진웅 NH WM마스터즈 수석전문위원(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