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가 미국 뉴욕에서 개최하는 해외 투자자 대상 밸류업 프로그램 홍보 행사를 두고 업계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행사 자체가 감독기관의 업무인지 애매한데,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들러리가 되는 '치적쌓기용' 행사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총선 이후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동력이 떨어지면서 투자설명회(IR)에 대한 효과가 의문스럽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과 거래소는 16일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콘래드 호텔에서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IR 행사를 진행한다. 은행, 투자업계, 보험업계 대표 기업 CEO 6명이 동행한다.
이번 행사는 금감원과 거래소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각 기업은 개별 IR을 개최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직접 국내 금융시장의 안정성과 윤석열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해외 투자를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금융권 내부에선 회의적인 반응이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들도 한국 밸류업 프로그램을 총선용으로 이해하고 있어 이번 이벤트에 현지 투자 관계자를 초청하는 데 상당히 애를 먹었다고 들었다"면서 "결국 칼자루를 쥐고 있는 금감원에 보여주기식 이벤트로 준비되고 있다고 안다"며 귀띔했다. 실제 일부 금융사는 IR 행사 참석을 추진하다 총선 이후 취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감원장이 피감기관 수장들과 투자를 유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것부터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원장은 앞서 여러 차례 금융권을 향해 배당을 자제하라 요구한 바도 있는데, 이는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 투자를 꺼리는 요인 중 하나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사 관계자는 "솔직히 우리가 손들고 가겠다고 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호화 출장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 원장을 포함한 금감원 일행은 행사가 열리는 콘래드 호텔에 머물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맨해튼 한복판의 5성급 호텔로 숙박료만 하루 100만 원을 훌쩍 넘는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감원에서 제출받은 국외 여비 지급 규정에 따르면, 원장의 경우 하루 숙박비 상한액은 387달러(53만 원)다. 다만 원장 승인이 있으면 집행간부 숙박비는 실비로 지급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호텔에서 아침 일찍부터 행사를 하는 만큼 어쩔 수 없었고, 행사를 주관해 숙박료 할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금융사 CEO를 들러리 세우는 게 아니라 해외 투자자들 앞에서 오히려 금감원이 기업 IR을 도와주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