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두 사태' 방지책 나온다... 부실 심사 시 주관사 행정제재

입력
2024.05.09 16:20
상장 주관사에 제재 등 책임성 부여
무리한 상장 원인 수수료 구조 개선

지난해 '사기 상장' 의혹이 제기됐던 '파두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놨다. 상장 주관사에 구체적인 의무를 주고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행정제재까지 가능하도록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감독원은 9일 자본시장연구원 및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과 함께 기업공개(IPO) 주관 업무 제도 개선 간담회를 열고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김정태 금감원 부원장보는 "주관사 자율성을 존중하되, 시장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경우 엄정히 조치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개선안은 파두 사태 이후 주관사에 대한 시장 신뢰가 실추됐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8월 코스닥에 상장한 반도체 팹리스 업체 파두는 당시 주관사였던 NH투자증권 등이 기업가치를 1조5,000억 원 수준으로 평가하면서 상당한 주목을 받았으나, 실제 상장 직후 매출액이 크게 낮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뻥튀기 상장'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파두는 물론 주관사들이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하기 위해 부진한 실적을 의도적으로 감춘 게 아니냐는 '사기 상장' 의혹도 제기됐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부터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해왔다. 핵심은 상장 주관사에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다. 금감원 측은 "현재는 구체적인 실사 규정이 없어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앞으로 기업실사 항목과 방법·절차 등을 세세하게 규정할 예정"이라며 "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은 부실 실사에 대해서는 주관사를 제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금융위원회는 올해 3분기까지 금융투자업 규정을 개정하기로 했다. 현재는 제재 규정이 없지만, 향후 과태료 등 행정처분도 가능해진다는 게 금감원 측의 설명이다.

주관사가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하는 이유가 수수료 구조 때문이라는 지적을 수용해 주관계약 과정도 손보기로 했다. 현재는 주관사가 상장을 위해 상당한 시간과 인력을 투입하더라도 상장 실패 시 이에 대한 대가를 전혀 받지 못한다. 금감원 측은 "수수료 구조가 무리한 상장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며 "계약서 자체에 업무 대가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도록 해 주관업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기준 마련을 위한 필수 항목을 금융투자협회 규정에 구체화하는 등 주관업무 수행 제도 전반을 개선해나갈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빠른 시일 내 규정을 개정한 뒤 4분기 중으로 실태점검을 실시하겠다"며 "IPO 시장의 주요 개선과제로 제기되고 있는 수요예측 제도에 대해서는 올해 하반기 중 추가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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