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 감사방해' 혐의 산업부 공무원들 무죄 확정

입력
2024.05.09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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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징역형 집유 → 2·3심서 무죄
"사적으로 모은 기록 삭제에 불과"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조기폐쇄 결정 자료를 대량 삭제해 재판을 받아온 산업통상자원부 전 공무원들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고 최종적으로 혐의를 벗었다. 9일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공용전자기록 손상 및 감사원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산업부 전 국장 A씨, 과장 B씨, 서기관 C씨 등 3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들은 2019년 11월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과 관련된 산업부 내부 자료 삭제를 지시하고, 실제 이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국회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 이행을 위해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에 대해 감사원의 감사를 요구했다. 그러자 감사원이 산업부에 자료제출을 요청했다. A씨 등은 감사원 감사가 개시되자 이를 피할 목적으로 예전에 일하던 사무실에 몰래 들어가 문서 530여 개를 삭제한 혐의를 받았다.

1심은 이들이 출입 권한 없이 타 부서 사무실에 침입했다는 혐의(방실침입)에 대해서는 무죄로 보면서도, 감사원법 위반과 공용전자기록손상죄에 대해서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1심법원은 "피고인들이 감사원 요구 자료를 삭제하기까지 해 감사 기간이 7개월가량 지연되는 등 감사원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2심 법원은 그러나 피고인들이 지운 자료가 공용기록물에 해당한다는 검찰의 전제부터 뒤집었다. 이들이 삭제한 문서는 업무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보관해둔 정보에 불과하고, 그중 중요 문서 상당수는 이미 산업부 내의 관리시스템에 등록돼 있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또 일부 감사 절차가 위법하게 이뤄진 정황이 있어, 이들이 감사원법을 위반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갔고, 감사원은 대법원에 "무죄 판결을 파기해 달라"는 의견서까지 직접 제출하며 검찰에 힘을 실었다. 감사 방해 처벌 조항은 강제 조사권 없는 감사원이 실효성 있는 감사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최소한의 장치인데, 이번 사건에서 감사 방해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권력자 지시로 법과 원칙에 맞지 않는 행위를 한 공무원들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위험이 커질 것이란 논리였다.

하지만 결론은 바뀌지 않았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사건 감사가 적법한지, 해당 파일이 공용전자기록손상죄의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이 쟁점이 된 사안에서 대법원이 원심의 판단을 수긍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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