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가 3년 반 만에 국내총생산(GDP)보다 낮은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경제 규모보다 부채가 많았던 기현상이 해소됐다는 뜻이다.
9일 국제금융협회(IIF)가 발간한 '세계 부채 검토 보고서(5월)'에 따르면 1분기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는 98.9%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 때였던 2020년 3분기 이후 줄곧 100%를 유지했고, 2021년 3분기엔 105.7%까지 올라 과도한 가계빚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GDP 대비 가계부채가 80%를 웃도는 경우 1~3년 내 성장률이 감소하거나 경기가 침체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80%에 근접한 수준으로 줄여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가계부채 비율이 감소한 것은 고금리 장기화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한은이 발표한 자금순환 잠정 통계를 보면, 지난해 가계는 신용 대출과 소규모 개인사업자 대출 등 기타 대출을 중심으로 가계 빚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증가율도 둔화하면서 가계 여유자금은 2019년 이후 가장 적은 158조2,000억 원이었다. 다만 주택 관련 대출은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가계부채 비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IIF가 보고서에 추린 주요 34개국 중 1위이며, 보고서에 첨부된 53개국 통계에서는 호주(108.9%), 캐나다(101.2%)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GDP 대비 기업부채는 123%로 전분기 대비 0.4%포인트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GDP 대비 정부부채는 47.1%로 주요 34개국 중 중하위권(22위) 수준이다. 전분기 대비로도 소폭(0.2%) 줄었다.
보고서에는 한국의 빚 감소가 두드러졌다는 언급도 담겼다. IIF는 "1분기 세계 부채는 1조3,000억 달러 증가해 역대 최대인 315조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GDP의 333%에 달한다"며 중국, 인도, 멕시코 등 신흥국 부채 증가를 원인으로 꼽았다. 이어 "반대로 한국, 태국, 브라질은 미국 달러로 환산한 총부채 규모가 가장 유의미한 감소를 보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