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을 때 절뚝거리면 무릎 때문, 통증 심해지면 척추에 문제

입력
2024.05.08 20:35
[건강이 최고] 쪼그려 앉거나 책상다리 피해야


5월이 부모님의 건강에 신경이 쓰인다. 여쭤보면 여기저기 쑤시고 아픈 곳이 많다면서 나이가 들면 당연한 일인 것처럼 통증을 삶의 일부로 여길 때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다리 통증으로 일상적인 걸음걸이에 문제가 있다면 척추·관절 건강상태를 잘 살펴봐야 한다.

◇다리가 저리고 아픈 허리 병, 척추관협착증

허리 통증보다 허벅지부터 종아리로 이어지는 다리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환자 가운데 척추관협착증이 원인일 때가 많다. 허리를 지나가는 신경이 다리와 엉덩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척추관협착증은 신경 다발이 통과하는 척추관 면적이 좁아지면서 신경이 눌려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주원인으로는 노화로 인한 퇴행으로, 50~60대 여성 환자가 가장 많았다. 여성의 경우 폐경기 이후 호르몬 변화로 뼈와 관절이 쉽게 약해져 척추 질환에 가장 취약한 상태가 돼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척추관협착증은 가만히 누워 있으면 증상이 없고 서거나 걸으면 그 증상이 나타난다. 가장 큰 특징으로 걸을 때 다리 통증을 꼽는다. 통증으로 인해 걸을 수 있는 거리가 줄어들면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게 되어 병원을 찾을 때가 많다.

특히 척추관협착증은 허리를 펼 때 통증이 심해지고 허리를 앞으로 숙이면 통증이 완화되는 특징이 있어 허리디스크와 구별된다. 어르신이 길을 걷다 쪼그리고 앉아 쉬거나 유모차와 같은 보행 기구에 의지해 걷는 것도 척추관협착증으로 인한 통증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척추관협착증 초기라면 운동을 제한하고 약물 및 물리 치료 등의 보존적 치료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신경이 눌렸다면 원인 물질을 제거하는 신경성형술을 시행할 수 있다.

하지만 비수술 치료에도 통증 강도가 심해지거나 마비가 오면 대소변 장애가 발생하는 ‘마미증후군’이 동반된다면 수술 치료가 불가피하다.

수술법으로는 관절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신경이 압박되는 부분을 넓히는 감압 수술, 척추 내시경술, 압박 부위가 광범위하다면 나사로 척추 관절을 고정하는 척추 고정 수술 등이 있다.

척추관협착증 환자가 고령이라면 수술은 더욱 신중히 택해야 한다. 복용하고 있는 약물이 있거나 만성질환자가 많으므로 환자 상태에 따라 전문의와 상의해 수술을 정해야 한다.

정상원 바른세상병원 척추센터 원장(신경외과 전문의)은 “척추관협착증은 방치할수록 증상과 통증이 심해지며, 신경이 눌린 상태가 오래 되면 신체에 마비 증상까지 초래할 수 있으므로 허리나 다리 통증, 저림 등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면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치료를 받는 게 현명하다”고 했다.


◇걸음걸이 살펴보면 무릎 건강 알 수 있어

무릎 통증이 있으면 걸음걸이가 바르지 못하고, 걷다 서다를 반복하거나 절뚝거리는 등 걸음걸이에서 이상 신호를 감지할 수 있다. 잘못된 자세나 걸음걸이가 습관이 돼 장시간 지속되면 척추나 무릎 관절에 손상을 유발하고, 손상이 누적되면 질환으로 악화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걷거나 서 있을 때 체중의 75~90%가 쏠리는 무릎은 관절염에 가장 취약한 부분으로 걸음걸이만 잘 살펴도 부모님 무릎 건강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퇴행성 관절염은 무릎 관절을 보호하는 연골에 손상이 생겨 염증과 통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고령인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관절 통증은 밤잠을 설치게 만들기도 하고, 거동을 불편하게 하면서 외부 활동을 줄게 만드는데, 신체 활동 저하는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키며 우울증 같은 정신 질환까지 초래하기도 한다.

초기 퇴행성 관절염이라면 약물 치료, 주사 치료, 체중 조절 등 보존적 치료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보존적 치료에 증상 개선 효과가 없고, 인공관절 수술을 하기에는 이른 중기 관절염 환자라면 자가골수 줄기세포 주사 치료로 통증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연골 손상이 심한 말기 관절염으로 악화했다면 인공관절 치환술을 택할 수밖에 없다.

무릎 관절염은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예방 효과가 있다. 쪼그려 앉거나 책상다리로 앉는 자세는 가장 좋지 않은 습관으로 피하는 게 좋다. 과체중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평소 새우나 콩, 아보카도, 강황 등 연골에 좋은 음식을 챙겨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무릎 건강을 위해서는 허벅지 근력 강화가 중요하다. 의자에 앉아 다리를 들고 버티거나, 두 다리를 뻗어 올렸다 내렸다 하는 반복적인 동작으로 근력을 강화할 수 있다.

엄상현 바른세상병원 관절센터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무릎 건강 상태는 걸음걸이를 통해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평소 부모님 걷는 모습이 기억나지 않는다면 가정의 달을 맞아 부모님과 함께 산책을 하면서 걸음걸이가 이상하지는 않은지, 잠깐만 걸어도 쉬고 싶어 하시는지, 무릎 사이가 벌어져 있지는 않은지, 통증이 있다면 아픈 부위가 어디인지 꼼꼼히 살펴보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