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취임한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수련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의 '생활고 해결'을 공언했다.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진료 현장을 떠났지만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다른 병원에서도 일할 수 없는 전공의들이 경제적 어려움 또는 전문의 시험 응시를 위해 대거 병원 복귀를 선택할 경우 의료계 투쟁 동력이 떨어질 것을 염려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으로 전공의들이 내년 초 전문의 시험을 보는 데 필요한 수련기간을 충족하려면 이달 20일까지 병원에 돌아와야 한다. 획기적 전기가 없다면 전문의 배출이 중단될 수밖에 없고, 자칫 의대생 집단유급까지 맞물려 내년 의사 인력 수급에 큰 차질이 우려된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임 회장은 취임 후 첫 정책으로 생계가 어려운 전공의들에 대한 지원책 마련을 꺼냈다. 그는 전날 페이스북에 "이번 주 내로 지원 시스템을 만들 것이고, 당장 어려운 분은 바로 의협으로 오라"고 썼다. 다른 게시물에선 "수없이 많은 전공의들이 연락을 주셨다"며 "한 명씩 직접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의협이 전공의들의 병원 복귀를 최대한 억제해 투쟁 동력을 유지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공의들은 병원을 떠난 이후에도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여전히 수련병원 소속이다. 수련규칙상 겸직이 불가해 다른 병원에서 일을 할 수 없다 보니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전공의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수이지만 복귀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지난 2일 보건복지부는 "전공의 590여 명이 병원으로 돌아와 근무 중이며, 이는 지난달 30일보다 20여 명 증가한 수치"라고 밝혔다. 수련병원 이탈 전공의 9,900여 명의 6% 수준이다.
전공의가 병원에 복귀할 유인은 또 있다. 전문의수련규정에 따르면 전공의가 부득이한 사유로 수련을 하지 못하면 해당 기간만큼 이듬해 추가 수련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올해가 마지막 수련연차인 레지던트 4년차(일부 과목은 3년차)의 수련 공백이 3개월을 초과할 경우 규정상 기한 내 추가 수련을 마칠 수 없어 전문의 자격시험은 내후년에 응시해야 한다. 전문의 자격 취득이 1년 늦어지는 셈이다. 전공의들은 지난 2월 20일 전후로 대거 이탈한 터라 3개월을 넘기지 않으려면 이달 중순까지는 돌아와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제때 복귀를 한 전공의라도 정부의 '선처'가 있어야 전문의 시험을 치를 수 있는 상황이다. 복지부가 업무개시명령을 어긴 전공의에 대해 3개월 면허정지 처분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실제 처분이 단행된다면 3개월 수련 공백이 생겨 내년 전문의 시험 응시는 어렵게 된다.
전공의들은 소송전으로 상황 타개에 나선 형국이다. 의협은 사직 전공의 907명이 지난 3일과 7일 두 차례에 걸쳐 정부의 집단사직서 수리금지명령에 대한 헌법소원 및 행정소송을 냈다고 이날 밝혔다. 전공의 1,050명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과 진료유지명령에 대해서도 추가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집단으로 비우는 불법 상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를 상대로 한 고소·고발과 소송이 난무하는 모순된 상황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