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의 ‘노동조합 회계공시’ 대상인 조합원 1,000명 이상 노조 가운데 90% 가까이가 올해 상반기 공시에 참여했다. 정부의 '세액공제 배제'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지난해 회계공시 참여를 결정한 노조 대다수가 다시 참여했다. 현대차, 기아차 노조 등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35개 노조는 참여를 거부했다.
고용부는 8일 "올해 상반기 노조 회계공시 상황을 결산한 결과 687개 노조 가운데 614개(89.4%)가 참여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도입된 회계공시 제도는 노조의 수입과 지출 등 ‘가계부’를 회계공시 시스템에 올려 공개하는 제도로, 올해는 3월 1일부터 4월 30일까지 2개월간 등록 기간이 부여됐다. 공시 일정이 하반기인 49개 노조는 이번 참여 대상에서 배제됐다.
회계공시 참여율은 지난해 91.3%에 이어 올해도 90%에 육박하며 높은 수준을 보였다. 시행 당시 노동계는 회계공시에 법적 근거가 없고 노조 자주성을 침해한다고 반발했지만, 정부가 "회계공시에 불참할 경우 노조 조합비에 주어지는 세액공제 혜택을 박탈하겠다"고 압박하며 밀어붙였다. 다만 양대노총은 이번 참여와 별도로 회계공시가 부당하다고 제기한 헌법소원 소송 등 법적 대응을 이어갈 방침이다.
민주노총 소속 노조의 회계공시 참여율은 지난해 94.3%에서 82.5%로 11.8%포인트 떨어졌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가 회계공시를 거부하면서다. 금속노조는 지난 3월 “윤석열 정권이 강제한 회계공시는 노동조합법에 근거한 정당한 요구가 아니며 노조의 자주성과 민주성을 침해하는 탄압 수단”이라며 공시 거부를 선언했다. 현대차, 기아차, 한국GM 노조 등이 속한 금속노조는 민주노총 내에서도 투쟁력이 강한 조직으로 꼽힌다.
반면 한국노총 소속 노조의 공시율은 97.6%로, 지난해 94%보다 3.6%포인트 증가했다. 미가맹 노조들의 공시율도 91.5%로 지난해에 비해 14.3%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노조 총수입은 6,408억 원으로 나타났다. 조합원들이 내는 조합비 수입이 5,800억 원으로 90% 이상을 차지했고, 수익사업 수입 157억 원, 후원금 60억 원 등이다. 민주노총에서는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총연맹이 223억 원으로 가장 큰 수입을 신고했고, 전국교직원노조(151억 원), 공공운수노조(147억 원)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노총에서는 전국우정노조 수입이 101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NH농협지부 86억 원, KT노조 74억 원 등이었다.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총연맹 수입은 67억 원이었다.
614곳 노조의 지난해 지출 총액은 6,316억 원으로 인건비 17.2%, 조직사업비 9.8%, 교섭쟁의사업비 6%였다. 지난해 대비 수입은 1%, 지출은 2.3%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