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와 의료인 모두를 지키는 의료사고 안전망

입력
2024.05.0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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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는 환자와 의료인 모두에게 큰 고통을 안겨준다. 환자는 신체적 피해뿐만 아니라 소송의 장기화, 인과성 입증 등의 부담을 갖게 된다. 특히 질병이나 생체반응의 복잡성·다양성 등으로 정확한 인과관계 파악이 어렵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한다. 이는 의료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민·형사상 법적 부담이 발생하며 나아가 의료기관 존폐 위기를 겪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중증질환자나 난도 높은 의료행위를 기피하는 결과가 나타나게 된다.

정부가 발표한 의료개혁 4대 과제 중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방안은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담고 있다.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제정 및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환자에게는 신속하고 충분한 보상을 제공하고 의료인에게는 진료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필수의료 분야 기피를 완화하고 궁극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자 한다.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책임보험에 가입한 의료인이 의료과실로 환자에게 상해를 입힌 경우 환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형사처벌을 면제한다. 한편 환자 보호를 위해 의료인 대상으로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조정·소송 등에 따른 의료인의 손해배상 의무 확정 전 피해자의 신청에 따라 보험사에서 치료비를 지급하는 가불금을 도입해 신속하고 충분한 보상을 제공한다.

둘째, 의료인이 종합보험에 가입한 경우에는 환자의 의사에 관계없이 형사처벌을 면제한다. 다만 필수의료가 아닌 의료행위로 중상해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종합보험이란 손해배상금 전액을 보장하며 환자와 의료인 합의 여부를 불문하고 치료비 등을 우선 지급하는 보험으로, 환자는 신속하고 충분한 보상을 받는 동시에 의료인은 형사책임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셋째, 종합보험에 가입한 의료인이 필수의료행위 중 환자가 사망했을 때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게 한다. 원칙적으로 형사절차가 진행되도록 하되, 치료 과정, 피해 변제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도록 한다.

이와 함께 피해구제 사각지대 발생을 차단하기 위해 의료인이 진료기록·폐쇄회로(CC)TV를 작성·보존·제출하지 않거나 조작하는 경우와 의료인이 환자의 중재원 의료분쟁 조정신청을 거부한 경우 특례 적용이 배제된다. 국민의 법 감정을 고려해 다른 부위를 수술한 경우, 환자의 동의가 없는 의료행위를 한 경우 등 일부 유형의 의료과실이 있는 경우 또한 특례 적용이 배제된다.

한편 의료인의 민사소송에 대한 부담 완화 방안도 함께 마련한다. 보험·공제 활성화를 통해 의료인이 고액 손해배상판결과 같은 위험에 대비하도록 하고, 의료사고 위험이 높은 필수의료 분야에 대해서는 보험·공제료를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 확대를 통해 불필요한 소송을 방지하고 환자에 대한 보상을 강화할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 2월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제정안과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에 대한 대국민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 향후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와 다양한 간담회 등을 통해 이해관계자의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수렴할 것이다. 환자와 의료인 모두 의료사고에 불안해하지 않는 진료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정부는 앞으로도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최선을 다해 담대한 의료개혁을 추진해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